왼쪽부터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와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 /각 업체

메디톡스(086900)대웅제약(069620)을 상대로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소송 1심 판결을 토대로 다른 업체를 대상으로 한 줄소송 가능성을 내비쳤다. 2021년 기준 국내서 자체적으로 보툴리눔 균주를 확보했다는 민간기관은 20곳에 달한다. 정작 정상 경로로 균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는 기업은 메디톡스와 제테마 등 2곳뿐이다.

1심 판결은 대웅제약이 사실상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400억원이라는 배상금을 비롯해 제조·판매 금지와 폐기, 균주 인도까지 포함됐다. 향후 균주 확보 기원을 속 시원히 밝히지 못하는 기업도 대웅제약과 같은 잣대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이미 국내 민간기업 일부가 균주를 불법 취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줄소송’ 가능성…균주 보유 민간기관만 20곳

10일 메디톡스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대웅제약 외 다른 기업도 균주를 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보유한 국내 민간기관은 20곳에 이른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한국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등 4곳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각 1개 업체만이 보툴리눔 톡신을 상용화했다.

보툴리눔 톡신. /조선DB

보툴리눔 톡신 업계 관계자는 “세계에서 보툴리눔 톡신 상용화를 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한국만 20곳에 이른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질병청은 지난 2021년 이미 국내 기업의 보툴리눔 균주 불법 취득을 확인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과 보툴리눔 균주 보유기관을 대상으로 한 관리실태 조사 결과 “국내에서 분리된 것으로 신고된 균주는 미국 분리 균주와 유전자 서열의 일치도를 의미하는 유사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유사성은 99.99% 이상으로 파악됐다.

보툴리눔 톡신은 정부가 생물테러감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는 독소이기도 하다. 그만큼 민간이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주로 미용시술에 활용되면서 대중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만, 자체가 생화학 무기로 사용될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다. 1g으로 100만명을 사망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지난 2016년 메디톡스 미디어 설명회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균주 취득 논란 해소 못 하면 ‘퇴출’…배상금에 제조·판매금지까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균주 도용 민사소송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 퇴출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이 원고인 메디톡스 영업 비밀정보를 사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라며 판시했다. 그러면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원을 지급하고, 균주를 활용해 만든 제품을 폐기하라고 했다. 또 보툴리눔 균주를 메디톡스에 넘기라고도 했다.

이 같은 판결은 대웅제약이 균주 취득 경위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재판부도 “피고(대웅제약) 측은 균주를 분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제출된 유전적 특성과 역학적 증거의 신빙성을 봤을 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국내 한 보툴리눔 톡신 업체 관계자는 “균주 기원에 대한 의미를 민사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난립한 균주 기원을 정립했다는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균주 취득이 확인된 곳은 메디톡스와 제테마 두 곳뿐이다. 메디톡스는 균주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실험실에서 확보했다. 양규환 박사가 지난 1969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반입했다. 이후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양 박사에게 창업의사를 전달하고 균주를 받았다. 제테마는 지난 2017년 영국 공중보건원(PHE) 산하기관에서 균주 상업용 라이선스 계약으로 도입했다.

나머지 기업은 국내 모처의 마구간, 통조림, 개천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위험물질로 관리하는 균주를 외부에서 찾았다는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거의 보고되지 않는 사례가 유독 한국에서만 보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1심 판결에 대한 집행정지와 항소에 나선다. 이를 통해 기존 보툴리눔 톡신 사업은 지속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