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 약국 출입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비용 약으로 사용되는 감기약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정부가 중국에 치우친 감기약 원료 의약품 수입 공급망을 인도로 확대할 것을 제약 업계에 주문했다. 중국의 코로나 방역 완화로 현지 감기약 수요가 폭증하면서, 중국 정부가 예고 없이 원료 의약품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중국산 감기약 원료의약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체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감기약 제조사들은 원료의약품 수입선을 인도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수입에이전시(도매상)를 통해 중국산과 인도산 원료의약품은 대량 구매하고 있다”라며 “감기약 원료의약품의 경우 중국산 공급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인도산 물량 확대를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도산 원료 공급이 가능한 수입도매상 몇곳을 접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의 감기약 원료의약품 의존도는 압도적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대표적 해열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국내에 등록된 원료의약품 총 91개 가운데 73개(80.2%)가 중국산이다. 국내 업체인 코오롱제약, 하나제약도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는 있지만, 원료 자체는 중국에서 수입한다.

현재로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은 인도가 유일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미국도 원료의약품을 생산하지만, 중국산과 비교하면 가격이 비싸서 수입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정부와 제약사가 감기약 원료의약품 수입국 다변화를 꾀하는 것은 중국 내 감기약 수요가 폭증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 완화가 현지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이어지며 감기약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정부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원료의약품 공급에 차질을 빚는 업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감기약 품귀 현상으로 식약처가 제약사에 긴급 생산·수입 명령까지 내린 상태다. 내년 4월까지 감기약 생산 업체들은 식약처에 생산·수입 계획을 보고하고, 매월 생산·수입 예상 현황, 생산·수입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감기약 원료 의약품 수출을 중단하면, 국내 공급도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려면 설비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국내 제약사들이 감기약 수요가 계속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설비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약국에서 판매 중인 감기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