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트렉’에는 의사가 손바닥만 한 장비로 환자의 몸을 훑고는 바로 병명과 치료법을 알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 어드밴스드 텔레센서스의 사조 고샬 대표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진단기기를 몸에 대지 않고도 우주인의 건강상태를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스타트렉의 상상력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옛 보령제약)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우주 헬스케어 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CIS(Care In Space) 챌린지’ 데모데이 행사를 개최했다고 9일 밝혔다.
◇인공지능 활용해 우주인 건강 진단
CIS 챌린지는 스타트업을 발굴 및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주 공간에서 발생하는 건강 문제를 해결할 의료기기, 진단, 제약 등 다양한 개발 목표를 가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게 특징이다. 어드밴스드 텔레센서스는 제1회 CIS 챌린지 수상 6팀 중 하나이다.
이날 행사에는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 참가팀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보령 관계자는 “당초 150명 정도로 예상했는데 스페이스X 직원들처럼 초청 대상이 아니었던 우주 전문가들도 대거 참석했다”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챌린지 수상 6팀의 사업 계획이 발표됐다. 수상 기업은 어드밴스드 텔레센서스, 딥 스페이스 바이올로지, 미엘린-에이치, 나노 파마솔루션스, 바이보 헬스, 엑스토리 등이다.
어드밴스드 텔레센서스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을 위한 비침습 심장 모니터를 구축하고 있다. 사조 고샬 대표는 이날 “레이더로 3m 거리에서 심장과 호흡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노 파마솔루션스의 케이 옴스테드 창업자 겸 대표는 “코로나 치료제 렘데시비르는 물에 녹지 않아 정맥주사로만 투여한다”며 “나노크기로 작게 만들면 용해도가 높아져 집에서도 쉽게 복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로 약물을 만드는 데 최적인 환경이다.
바이보 헬스의 길 트래비시 대표는 “병원에서 오랫동안 환자 진단에 써온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손가락에 맞게 소형화해 같은 수준의 의료정보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IT(정보기술)를 활용한 우주헬스케어 기술도 소개됏다. 엑스토리는 확장 현실(XR)과 대화형 장치를 통해 우주 공간에서 심리적 안도감을 제공하고 정신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딥 스페이스 바이올로지는 인공지능(AI)과 빅테이터를 기반으로 장기간 우주 활동에 발생할 수 있는 생체 신호들을 예측하고 발견할 수 있는 연구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CIS 챌린지 수상팀 중에는 가족의 고통을 보고 우주헬스케어 기술 개발에 뛰어든 사람도 있었다. 미엘린-에이치의 지에드 타에브 대표는 “어머니가 다발성 경화증에 걸려 약을 처방했으니 제 때 복용하지 못해 불구가 됐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환자의 뇌파를 감지해 원격으로 신경질환을 관찰하고 진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비용 감소로 우주의료 수요 증가”
한국 첫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와 마이클 로페즈 액시엄 스페이스 부사장은 자신들의 우주여행 경험을 소개하고 우주에서 인간의 삶과 거주를 실현할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들은 ‘왜 우주에 투자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패널 토의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우주 발사 비용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우주로 나가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령은 앞으로도 챌린지를 열어 새 투자 기회를 찾을 예정이다. 행사를 기획한 보령의 임동주 팀장은 “CIS 챌린지를 통해 수확한 많은 정보와 경험, 폭넓게 구축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 내년 출범 예정인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정균 보령 이사회 의장은 “민간업체들의 참여로 인간이 우주에 방문하는 빈도 및 머무는 시간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라며 “우주 분야는 글로벌 협력이 필수인 만큼, CIS 챌린지를 통해 많은 파트너와 함께 우주 공간에서의 인간의 활동을 자유롭게 해나가는 일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