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본사 전경. /광동제약

광동제약이 약국사업본부와 F&B(식음료)사업본부를 대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표면적으로 약국사업본부 몸집을 줄이고, F&B사업본부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캐시카우 사업인 생수 부문은 ‘삼다수’사업 부문으로 구체적인 이름으로 바꿨다. 제약사 간판을 달았지만, 유통부문 매출 쏠림 현상이 한층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광동제약은 최근 약국사업본부와 F&B사업본부를 손질했다. 전문의약품(ETC)사업본부, 의약연구개발본부, 천연물융합연구개발본부, 생산본부까지 6개 본부에서 걸쳐 흩어져 있던 약국과 F&B사업에 대대적인 변화를 준 것이다.

그래픽=이은현

조직 개편에 따라 약국사업본부는 일반의약품(OTC)과 DTC(Direct to Consumer), 약국마케팅 부문으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약국영업 부문과 약국마케팅 부문으로 재편했다. 3개 부문에서 2개 부문으로 줄다보니 전반적으로 외형이 축소된 모양새다.

반면 F&B사업본부는 확장을 꾀했다. F&B마케팅 부문을 유지하는 한편, 유통영업 부문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쪼개 구체화했다. 두 채널을 통한 영업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광동제약은 제약사 간판을 달고 있지만, 주요 매출은 F&B사업에서 발생한다. 올 3분기 기준 회사 매출은 약국영업 431억원, 병원영업은 659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9%와 10.5%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사업은 F&B사업에서 발생한다. 유통영업과 생수사업으로 각각 1705억원, 2240억원을 벌어들였다. 대표적인 유통영업은 비타500이 755억원으로 가장 많고, 옥수수수염차는 370억원, 헛개차는 341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제주 삼다수. /광동제약

특히 생수사업인 제주삼다수는 매출 224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79%에 이른다. 단일 품목으로 차지하는 가장 큰 비중으로, 사업부문 내에서도 가장 비중이 크다. 기존 생수영업부문을 ‘삼다수사업부문’으로 변경한 배경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매년 꾸준한 매출을 보장해주는 제품이 있다면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며 “제약사가 약이 아닌 다른 제품으로 외형을 성장해간다면 대외적으로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제약사는 제약사 매출 순위를 매길 때 본업 부문만 포함해 재구성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광동제약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광동제약

광동제약은 제약산업이 전문의약품 위주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시장 기반 확보를 위해 R&D와 영업력 등 핵심분야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분기, 반기, 사업보고서에서도 제약산업은 전체 제조업 중 R&D비용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 매출 대비 10% 이상을 보인다고 기재하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을 진행 중인 연구집약적 기업은 15~20%를 투자한다고 했다.

그러나 광동제약의 연간 R&D 비중은 매년 매출 대비 1%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0.8%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 1조원을 기록하는 비슷한 규모의 국내 제약사인 GC녹십자,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모두 10%를 넘어서는 것과 대비된다. 일부 기업은 과거 20%에 육박하는 비중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절대적인 R&D 비용이 모두 신약 개발과 같은 연구 성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비용 규모를 보면 회사의 R&D 의지를 엿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