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화학상은 '클릭화학(click chemistry)'과 이를 활용한 '생물직교화학(bioorthogonal chemistry)'을 개발한 캐럴린 버토지(56) 미 스탠퍼드대 교수와 모르텐 멜달(68)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칼 배리 샤플리스(81) 미 스크립스 연구소 교수에게 돌아갔다.
클릭화학은 분자를 레고를 쌓듯이 쉽고 효율적으로 합성하는 신개념 화학이다. 생물 직교 화학은 클릭 화학을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활용하도록 고안한 기술이다.
두 분야가 올해 화학상을 수상한 배경에는 표적항암제 등 최근 혁신 신약 개발에서 이들 기술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이 주효했다는 게 학계 해석이다.
최준원 아주대 응용화학생명공학과 조교수는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2′에서 '미래의 신약 기술, 생체직교 반응'을 주제로 노벨상의 주인공이 된 클릭화학의 원리와, 이 반응이 신약 개발에 적용된 사례와 현재 이 기술을 적용한 신약 개발 시도를 소개했다.
최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거쳐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박사를 받았다. 최 교수는 이어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밟으며 버토지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샤플리스 교수와 멜달 교수는 클릭 화학의 토대를 놓았다면, 버토지 교수는 클릭 화학을 생명체 내에서 구현했다. 클릭 화학의 적용 범위를 확장해서 우리 몸에도 쓸 수 있게 한 '생체직교화학'을 첫 도입한 것이 버토지 교수다.
최 교수에 따르면 클릭화학이 신약 개발에 쓰인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항체결합접합체(ADC) 기반의 항암제다. ADC는 합성 의약품과 항체 의약품을 결합한 개념이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합성 의약품을 항체에 실어서 원하는 곳만 공격하는데, 이렇게 항체와 합성의약품을 결합하는 데 생체직교화학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다만 합성의약품(독성)을 항체가 암세포까지 실어나르는 기술이기 때문에 합성의약품이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에 항체와 접합이 떨어지면 인체에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 교수는 신약에 '접합'기술을 쓰려면 결합이 쉽고 선택적으로 붙고 물이나 산소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산물이 없고 합해서 나온 물질이 안전해야 한다 조건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로슈가 개발한 HER2 양성 전이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Kadcyla)'를 예로 들었다. 캐싸일라는 ADC 기반의 항암제로 지난해 미국에서만 21억 달러(약 3조원)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이다. ADC 항암제로는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항체의약품와 효소를 결합한 항암제도 개발 중에 있는데, 여기도 생물직교화학 기술이 쓰였다.미국의 바이오테크인 팔레온에서는 허셉틴(유방암 바이오의약품)을 인간 몸의 효소를 결합한 형태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도 현재 전임상 중에 있다.
최 교수는 스타 크래프트의 게임캐릭터인 '고스트'의 클로킹(투명 망토) 기능을 예로 들며 "암 세포들은 면역세포를 피해서 자신의 몸을 숨겨서 적진으로 진입해 핵을 떨어뜨린다"며 "클로킹 기능을 깨뜨리는 PD1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를 효소와 함께 주입해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생물직교화학 기술 만을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신약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 테크인 샤스키(Shasqi)는 최근 미국에서 임상 1⋅2상이 진행 중이다.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독성 물질을 '케이지'에 싸서 인체에 주입하고, 암세포에 도달하면 클릭반응으로 '케이지'가 열리도록 설계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메커니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