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 나선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들이 '돔구장' 설립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공약이 그대로 이뤄진다면 현재 국내 유일한 돔구장인 고척돔 외에 10개 이상의 돔구장이 전국에 세워질 수 있다. 그러나 '조(兆)' 단위 금액을 투입해야 하는 재정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돔구장 구상 소개 홍보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소셜미디어(SNS) 캡처

◇전국 곳곳서 '돔구장' 공약…최대 5만석 규모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을 종합하면 전국 10곳 이상의 지역에서 돔구장이나 대형 아레나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대표 지역은 부산이다. 여야 시장 후보 3명 모두 돔구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지난달 TV토론회에서 "기후 위기로 야구와 공연이 자주 취소되는 상황"이라며 "북항에 3만석 규모의 개폐식 돔구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정이한 개혁신당 후보는 사직야구장을 3만석 규모의 개폐형 돔구장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애초 돔구장 설립에 회의적이었던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도 장기적으로 돔구장 설립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충북 청주 돔구장 유치 구상도. /청주시 제공

충청권도 적극적이다.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천안·아산 돔 아레나 건립'을 제시했다. 박수현 민주당 후보도 'K-컬처 융복합 아레나'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충북에서 김영환 국민의힘 후보도 국제 공인규격을 갖춘 돔구장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돔구장 설립과 함께 스포츠단도 새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있다. 이원택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는 "프로야구단 창단 유치와 프로야구를 할 수 있는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조상호 민주당 세종시장 후보 등도 지역 내 스포츠 경기와 공연 등이 가능한 아레나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이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조감도를 들고 사직 돔구장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가세했다. 경기 성남, 수원, 화성, 고양, 구리, 광명을 비롯해 충남 아산, 충북 청주 등에서도 돔구장이나 아레나 설립 공약이 나왔다. 최대 5만석 규모에 이른다. 이는 국내 최초이자 현재 유일한 서울 고척스카이돔(1만6000석)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표밭' 된 프로야구…작년 관중 역대 최다 1200만명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돔구장 설립 공약이 나온 것은 프로야구 인기가 반영된 결과다. 작년 국내 프로야구 관중 수는 1231만2519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올해도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준 222경기 만에 누적 관중 403만5771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소 경기 400만 관중 돌파다. 작년의 경우 230경기에 400만명을 넘었다.

2026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매진됐다. 3루 두산 응원단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뉴스1

돔구장 공약이 나온 지역들 대부분은 야구 열기가 높은 지역들이다. 부산은 국내 최고 프로야구 인기 구단 중 하나인 롯데 자이언츠의 연고지다. 충청권은 인근에 대전을 연고로 두고 있는 한화 이글스가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는 "돔구장 건립과 동시에 충북의 새로운 연고구단을 유치해 한화이글스 청주경기에 의존하던 도민의 문화·체육의 갈증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택 전북지사 후보는 돔구장 계획을 밝히면서 "그동안 전북을 연고로 한 쌍방울 프로야구단 해체와 KCC 농구단 이적 이후 도민들이 겪어온 상실감은 지역 정체성과 자존심의 문제였다"며 "이제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프로야구단 창단 유치와 함께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도 '글쎄'…엔터테인먼트 업계도 "공연장 활용은 한정적"

돔구장이나 대형 아레나의 역할은 분명하다. 스포츠 경기를 운영하고 남는 일정은 공연과 전시 등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 광역지자체 관계자는 "공연이나 전시는 단발적인 행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프로야구 경기 유치가 핵심"이라면서 "한국프로야구리그(KBO)와 협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허구연 KBO 총재는 "11·12구단 창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고척 스카이돔. 고척 스카이돔의 내외부 전경. /조선DB

지역에서도 '돔구장' 설립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부산에서는 '북항 야구장 건설 공약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59.4%가 낮다고 답한 여론조사가 나왔다.

부산MBC가 지난 4월 12~1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부산에 사는 만 18세 이상 801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자동응답 조사(무선 100%)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북항 야구장 설립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48.2%, 찬성이 40.2%로 나타났다. 또 북항 야구장 건설 공약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는 막대한 예산이 32.8%로 가장 높았고, 구체성 없는 선거용 공약(31.6%), 사직야구장 재건축으로 인한 사업 중복(29.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응답률은 6.9%,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5%포인트(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형 공연 시설을 요구하는 엔터업계에서도 전국 단위 돔구장 설립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한 관계자는 "국내 공연 시설 부족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라면서도 "해외 관광객 유치 등을 고려하면 공항과 인접한 수도권, 부산 등의 지역을 제외하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