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의원 시절에는 '삼성 저격수'로 불리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 계열사 주식을 취득 가격이 아닌 시장 가격으로 평가해 보유 한도를 제한하자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을 발의한 덕분이었다. 그랬던 그가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풀어내는 도우미 역할로 돌아왔다.
박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 했다. 그는 "삼성생명법은 기업을 옥죄기 위한 것이 아니라 룰을 지키지 않는 재벌 총수와 오너들을 지적했던 것"이라며 "오너들이 나를 싫어할 순 있어도 기업의 주주나 투자자, 종사자들이 저에 대해 우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어 "'다른 나라에서는 허용하는데 한국에서는 왜 못하게 하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며 "한국은 기술이 없는 나라가 아닌데 규제가 있어서 제대로 못하는 것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 "자율주행 규제 없애야 스타트업 키우고 유니콘 만들 수 있어"
박 부위원장은 '한국에만 있는 규제'로 주식 매매 대금이 2거래일 뒤에 들어오는 'T+2'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매매거래일(T)로부터 2거래일(T+2)에 대금이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주식을 팔아 실제 돈을 받을 때까지 이틀이 걸린다. 최근 해외에서는 'T+1'으로 기간을 단축하는 경우가 많다. 박 부위원장은 "과거에 종이로 결제하던 시스템을 왜 빛의 속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금까지 유지하느냐"며 "미국도 하는데 우리가 못 할 이유가 없다. 증권업계의 의견을 들어보고 방안을 찾으면 된다"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임신 중지 약물인 '미프진'도 '한국에만 있는 규제'라고 했다. 그는 "OECD 국가를 포함해 100여개 국가가 허용하는데 우리는 허용이 안 되고 있다"며 "식약처에서는 입법이 먼저라고 이야기하는데, 법의 미비로 생겨나는 피해자나 약물 오남용을 식약처가 방치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약물 안전성은 이미 확인이 됐으니 식약처가 행정 규제로 묶여 있는 걸 풀어주든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규제 개혁을 통해 혁신 산업이 성장할 수 있게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가보면 자율주행차 수천대가 돌아다니고 시장통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다니는데 한국은 정해진 길만 다니게 하고 사람 없는 늦은 밤에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자율주행 기틀을 만들지 못하면 2~3년 안에 문을 열어야 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들이 더 성장하고 유니콘 기업 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 "안전 지키는 신호등 같은 규제는 필요… 현장에서 갈등 조율할 것"
규제합리화위원회는 기존의 규제개혁위원회를 이재명 정부 들어 명칭을 바꾸고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한 조직이다. 지난 2월 19일 공식 출범했다.
박 부위원장은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하지만, 신호등처럼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합리적인 규제는 필요하다"며 "시장 안정성을 지키고 기업 성장을 돕기 위해 규제는 단순하고 명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하기 위해 '합리화'라는 단어를 위원회 이름에 넣은 것"이라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본격 가동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는 "조만간 민간위원 위촉을 발표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개 회의가 있을 것"이라며 "성장, 민생, 지역 등 3개 분과로 나눠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정치인 출신으로 규제 개혁을 맡은 만큼 현장을 다니며 갈등을 조율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는 "과거 (의원 시절에) 유치원 3법도 사립 유치원 사람들 만나서 타협하고 타협하고 타협하면서 관철시킨 것"이라며 "욕 먹어가면서도 결과를 만드는 게 정치와 행정의 역할인 만큼 업역 갈등으로 혁신 산업이 무너지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