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가 28일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정치권의 감세 경쟁을 비판했다. 야권 잠룡 가운데 '증세'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김 지사가 처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상속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감세를 줄줄이 던진 상황에서다. 세금으로 중도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지만, 대권을 위해 당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내부 지적도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뉴스1

◇李 우클릭 겨냥… "용기 있게 증세 검토해야"

김 지사는 이날 오후 여의도 모처에서 이 대표를 만나 "정치권의 감세 논쟁, 감세 포퓰리즘이 아주 극심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건 감세가 아니라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라며 "감세 동결, 재정 투입에 대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이날 종이에 관련 내용을 빼곡히 적어 온 김 지사는 "앞으로 5년 간 국가채무 비율을 5%p 올리는 걸 감안하면, 200조 정도의 재원으로 경제활성화, 세수 확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부분에는 증세도 필요하다.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실상 이 대표의 '우클릭'을 비판한 발언이다.

구체적으로 '탄소세' 도입을 거론했다. 김 지사는 "기후경제의 핵심은 '탄소세'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생산과 기후복지에 쓰게 되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수권정당으로서 필요하다면 용기 있게 증세 문제도 검토하고 발표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신뢰 위기를 극복하려면 말만으로 안 되고, 말을 바꿔서도 안 된다"고 했다. 최근 이 대표가 '기본소득' '주52시간 예외 적용' 등 관련 입장을 번복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金 개헌 지적에 李 "오랜만에 보는데…"

이 대표가 꺼리는 '개헌'도 언급했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 공약했던 개헌 논의가 미진하다는 말도 했다. 김 지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고, 제7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개헌이 제대로 논의조차 못 되고 있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유감이다"라고 했다. 이어 ▲권력 구조 개편 ▲임기 단축 개헌 등을 거론한 뒤 "노무현 대통령께서 20년 전에 얘기했던 개헌을 이제 완수해야 하는, 새로운 공화국의 문을 여는 책무를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한 TV 토론에 출연해 "지금 개헌을 말하면 탄핵 문제와 헌정 질서 회복 등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감사원 국회 이관 ▲국회 총리추천제를 공약했었다.

이 대표는 김 지사의 말이 끝나자 "다 하셨냐"고 물은 뒤 "요즘 이 나라 정치, 경제 상황이 매우 여러 면에서 어렵다 보니 (김 지사가) 도정에 국정에 관한 문제까지 걱정하시느라 노심초사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보는데 같은 민주당원으로서 국민이 더 안심하고 나라가 발전할 방향이 뭔지 말씀 나눠보자"고 했다. 김 지사 발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