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당 원내 지도부의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쌍특검법이 재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면서 여권의 결집력만 키워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뉴스1

◇ 민주 내부서 “여당과 협상 필요” 목소리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내란 특검법 재발의와 관련해 논쟁이 있었다. 중진들을 중심으로 쌍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발의하기보다 여당과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원내 지도부는 어떤 방식으로 특검을 하더라도 국민의힘이 논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의원총회에서 내란 특검법과 관련해 여당과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나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당에 줄기차게 해왔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내란 특검법과 관련된 민주당의 전략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도 나왔다. 친명(친이재명)계 주요 인사인 정성호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에서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으로서 독주한다는 이미지는 좋지 않다”며 “내란 특검법 수정안 협의를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제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란 특검법이 지난달 12일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원내 지도부와 의원들 사이에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내란 특검법을 처음 발의할 때만 해도 의원총회에서 ‘제3차 추천’ 방식으로 의원들에게 법안 내용이 공지됐는데, 막상 본회의에는 ‘야당 추천’ 방식으로 상정됐다는 것이다. 내란 특검법이 야당 추천 방식으로 바뀐 사실을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알게 된 의원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민주당 수도권 다선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제3자 추천 방식 특검으로 하겠다고 합의가 된 상태였는데, 갑자기 (야당 추천으로) 바뀌고 본회의에 올라와 어리둥절했다”며 “의원 대부분이 본회의 직전까지 내용을 모르고 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어떻게 해도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애초 내란 특검법은 법원행정처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면 대통령이 후보 중 1명을 임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서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정부에서 야당 추천 방식을 위헌으로 규정하자, 전날 대법원장이 후보 두 명을 추천하는 제3자 추천 방식으로 바꿔 내란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다. 야당은 추천 후보에 대한 비토(거부)권도 포기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내란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權이 문제” 타협 불가론도 여전해

다만 내란 특검과 관련해 여전히 여당과 타협이 불가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 목소리가 더 컸으면 대화로 풀어갈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은 국민의힘에 내란을 방어하려는 사람만 남았다”며 “특히 권 원내대표가 비상계엄과 관련해 상식적이지 않게 접근하고 있어서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란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수습 자체를 거부하는데, 협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비판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외환유치죄를 수사 범위에 추가한 ‘더 센’ 내란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다. 외환유치죄란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외환을 유치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특검 후보 추천 방식은 국민의힘 주장에 맞췄지만, 수사 범위를 넓혀 또 ‘반대표’의 빌미를 준 셈이다. 만약 정부가 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의힘이 반대표를 던져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당 지도부가 내란 특검법과 관련해 연일 강공 모드로 대응하자 일각에선 지지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율이 30%대로 올라선 만큼 중도 진영의 표심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최근 비공식자리에서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는 걱정과 우려를 표현하는 분들이 있다”며 “특히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이 30%대 나온 거를 얘기하면서 너무 강하게 하기보단 중도 노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