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쌍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쌍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여당의 협조 없이는 또 다시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물밑 설득이나 수정안 협상 없이 밀어붙이면, 오히려 여권 결집을 강화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오후 의원총회를 마치고 “최상목 권한대행이 거부한 특검법 재의결 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이후 추이를 보고 판단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계획대로 내주 중 재표결을 하자는 의견과 상황을 지켜보자는 유보적 입장이 팽팽히 갈렸다고 한다. 노 원내대변인은 “재의결을 시도했다가 결과가 보장이 안 되어있는 상태에서 부결이 되면 오히려 상대방(여당)이 결집하지 않겠냐는 우려부터, 빨리 매듭을 짓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는 의견이 제각각 나왔다”고 했다.
현재까지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총 8건이다. 앞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른바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과 국회증언감정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건 내란 일반특검과 김건희 특검법이다.
당 지도부는 이 가운데 내란 특검법만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 특검법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의혹 일체를 특검이 수사토록 하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날부터 ‘재판관 8인’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돌입한 가운데, 동일한 이슈에 당력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 기류도 복잡하다. 우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적시한 혐의만 15개에 달하고 ▲'제3자 특검 추천’ 조항도 삭제했다는 점에서 수용 불가 기류가 지배적이다. 반면 내란 특검법은 무작정 반대하기에 부담이 크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어서다. 지난달 12일 본회의에서도 안철수·김용태 의원 등이 내란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었다.
다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선별적 법안 상정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노 원내대변인은 “지도부는 내란 특검법처럼 시급한 법안 먼저 국회의 판단을 구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라며 “그동안 재의요구를 받은 법안은 나눠서 상정하지 않는 게 국회 관행이라, 의장께서 어떤 판단을 할지 조심스럽다”고 했다.
지도부는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관련 사안을 재논의한 뒤, 우 의장에 ‘법안 선별 상정’ 등을 요청키로 했다. 국회법상 재의결 요건은 국회의원 재적(300명)의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전원이 참석할 경우, 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