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표결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내년 3월부터 도입하려 했던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조정한 법안이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법사위는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면서 사용 여부는 학교장 재량으로 결정되게 됐다. 만약 AI 교과서가 ‘교과서’로 규정됐을 경우, 학교에서는 이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정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AI 교과서를 ‘교과서’로 인정해야 한다며 개정안 처리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AI 교과서를 배포하는 데 예산이 많이 들고, 학생들의 개인정보 유출과 문해력 하락 등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대가 극심하단 점을 들어 AI 교과서 즉시 의무 도입엔 선을 그었다.

야당은 우선 AI 교과서를 학교장 재량으로 쓸 수 있는 ‘교육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고 이후 시간을 가지고 교육 현장에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이날 법사위 문턱을 넘으며 국회 본회의 의결만 남게 됐다.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AI 교과서는 의무 도입이 아닌 재량 도입의 ‘교육자료’로 취급될 예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의 ‘AI(인공지능) 기본법’ 졸속 처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법사위는 이날 AI 산업 육성 및 지원, AI 신뢰성 확보 조치 등의 내용이 포함된 ‘AI 기본법’도 통과시켰다. AI 기본법은 국내 AI 산업계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법안이다. AI 기술 발전에 따른 안전성과 윤리성을 확보하는 조항이 골자다.

정보통신(IT) 업계에서는 해당 법 제40조(사실조사 등)에 대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법 위반 사항을 발견하거나 혐의가 있을 시, 또는 민원이 접수된 경우 정부 차원의 조사가 가능하다는 조항이다. 업계는 이 조항으로 인해 경쟁사 민원만으로도 정부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26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사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령 관련 ‘내란 의혹 특검 수사 요구안’이 먼저 다뤄지며 통과가 지연됐다.

KBS(한국방송공사)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분리해 냈던 ‘분리 징수’ 제도를 되돌려, 다시 ‘결합 징수’ 체제로 돌아가는 내용의 방송법 일부 개정안도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야당은 KBS와 같은 공영방송이 국가나 각종 이익단체에 재정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신료 통합 징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KBS를 전혀 보지 않는 국민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수신료를 의무로 납부하는 게 정당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단통법)을 폐지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단통법 폐지 법안은 이동통신 단말기 공시지원금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는 대신,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한다는 내용이다. 단말기 판매 사업자 간 지원금 경쟁을 되살리자는 게 이 법안의 취지다.

이날 법사위에서 통과한 법안들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