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통령실발(發) ‘연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론’에 “당정은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양극화 해소나 내수경기 진작 차원에서 추경 편성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이내 ‘추경 불가론’으로 입장을 정한 것이다.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추경을 거론하면 예산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정부로부터 추경 편성에 대한 협의 요청이 없었다”며 “당정은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 의장은 국가재정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추경 편성’을 언급한 것은 내수 진작과 양극화 해소 등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다만 이를 위해 연초부터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것은 그간 대통령실과 정부가 내건 ‘건전 재정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자칫 예산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내년도 본예산 심의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추경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현재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 중이다. 야당은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내년도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데 ‘추경’ 가능성이 제기되면 정부·여당이 이를 방어할 명분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으로선 대통령실이 추경을 언급할 정도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이 민생경기 회복을 위해 부족하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다.
김 의장은 당정이 내년도 예산안에 내수경기와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산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매출 신장 예산 ▲중소·벤처기업 투자여력 보강 예산 ▲지역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민간소비촉진 맞춤형 지원 예산 등을 언급했다.
앞서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시사한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정부와 협의나 검토한 바가 없다”면서도 “양극화 해소나 내수경기 진작 부분에서 그런(추경 편성)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고 했다. 추경 편성을 논의한 적이 없으나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러나 이후 당정 간 논의를 거쳐 약 1시간 만에 ‘추경 불가’로 입장을 정했다.
김 의장은 “당정은 오는 12월 2일까지 내수경기 및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2025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