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위해 출범한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국장 부활 TF)’가 국내 주식시장 개인투자자들을 만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TF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해도 국내 기업 가치가 높아지지 않는다며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단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TF 경청 시리즈 '개미투자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뉴스1

민주당 국장 부활 TF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경청 시리즈’ 간담회를 열고 각 기업의 소액주주연대 대표들을 만났다. 이날 간담회에는 소액주주 행동주의 플랫폼 액트의 윤태준 연구소장과 두산에너빌리티(034020)·신성통상(005390)·오스코텍(039200)·DI동일(001530)·셀리버리(268600)·이화전기(024810)·대유(290380) 주주연대 대표가 참석했다.

TF 단장을 맡은 오기형 의원은 “금투세가 폐지되면 주식시장이 바로 잘될 것이라는 주장 있었는데, 지난 8월 이후 주요 20개국 중 여전히 한국 주식만 거의 밑바닥”이라며 “낮은 수준의 배당률과 대주주 중심의 불공정한 조직 개편 등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TF는 고려아연(010130) 사례를 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자사주 공개 매수로 주가가 89만원으로 오른 상태에서 예정가 67만원으로 유상증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행주식 수는 373만2650주로, 자사주 소각 후 남은 주식 수의 20%에 달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과 MBK파트너스보다 지분을 늘리기 위해 결정한 일이었다.

오 의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같은 행태가 대놓고 벌어지고 있다”며 “개인투자자의 자산을 자신의 자산인 것처럼 불공정하게 노출하는 형태가 반복되는 것이 큰 문제고,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것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숙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적으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업 경영 패턴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금투세 찬성론자인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시행을 위해선 상법 개정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진 쟁책위의장은 “금투세가 한창 논란일 때 상법 개정으로 주식시장을 정상화하고 금투세를 도입하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많은 투자자가 뜻을 모아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는 상법 개정의 꼭지를 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불공정한 경영 활동으로 발생한 주주 피해에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간담회 참석 주주연대가 투자한 기업 중 두산에너빌리티는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454910)에 합병하는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성통상은 가족회사로 주식을 공개 매수하고 자진 상장폐지하는 방식의 승계를 시도했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국장 부활 TF 간담회에 참석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한 주주들도 많았지만, 생업으로 모두 참석하지 못했다”며 “각기 사연은 다르지만, 소액주주가 존중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 밀어붙이지만, 배임죄 폐지는 ‘엇박자’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이후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전날 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에서 기업의 경영판단에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는 경제계에 대한 회유책을 내놓기도 했다. 차기 대선을 의식해 당론으로 채택했던 금투세를 포기한 만큼, 상법 개정안은 무조건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다만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난 오기형 의원과 김남근 의원은 현행 상법상 배임죄 적용 범위가 충분히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배임죄 폐지를 두고 이 대표와는 다소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경제계를 달래기 위해 충분한 교감 없이 경총 간담회에서 배임죄 폐지를 거론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남근 의원은 “(재계에서) 배임죄가 광범위하게 적용돼 경영자들이 처벌받는 것처럼 말하는데, 경영판단에 대한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이미 법원에서 충분히 배임죄를 통제하고 있는 만큼, 경영계가 배임죄가 광범위하다는 건 반대를 위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