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직접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정부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3일 여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 자리에서 반도체특별법이 논의됐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한 대표와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반도체특별법을 얘기했다고 해서 놀랐다”고 전했다.

고 의원에 따르면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직접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 당장 못하더라도 준거 조항만이라도 만들어 놓는 것인데, 정부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다만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당론 추진하는 반도체특별법의 핵심은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우위를 지키기 위해 미국·일본처럼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반도체특별법에 직접 보조금 지급을 위한 근거 조항이라도 우선 담고, 구체적 지원 대상과 규모는 새로 설치될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특별위원회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중소·중견 기업을 우선 지원하고 여력이 될 경우 대기업에도 보조금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취지다.

반면 정부는 금융 지원, 세액 공제 방식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등 중소·중견기업 대상 보조금 지급은 검토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대기업 지원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 지급 근거 조항 명시’에 대해서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반도체 기업 직접 보조금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8월 반도체특별법을 당론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직접 보조금 지원’을 두고 정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두 달이 넘은 현재까지 좀처럼 입법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여당이 준비 중인 반도체특별법은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 의원과 박수영·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을 수정·통합한 것이다. 이후 관련 정부 부처와 여러 차례 실무 협의를 거쳐 법안 내용을 조율해왔다. 당론안에는 ▲시설·장비 투자금액 세액공제 일몰 기한 폐지 ▲시설·장비 투자금액 세액공제 비율 대통령령에 위임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 수립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특별위원회 및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반도체산업본부 설치 등 여러 반도체 생태계 진흥책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