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미디어특위)가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민원인의 IP주소 등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방심위 전산담당자와 관련 보도를 한 기자를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파고들기 위해 방심위 단독 국감을 강행했는데, 국감장에서 ‘IP주소 유출’ 논란이 불거지며 역풍을 맞은 모양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과 임응수 변호사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인 불법사찰 관련 봉지욱 기자·방심위 전산담당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미디어특위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심위 민원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 방심위 직원에 의한 ‘민원인 사찰’ 의혹의 구체적 정황이 국정감사 증언을 통해 드러났기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민노총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 뉴스타파와 MBC의 삼각공조체제로 방심위에 민원을 넣은 이들의 가족관계와 인척관계, 그리고 IP주소가 모두 유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P주소를 활용해 ‘민원사주’ 의혹을 보도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와 방심위 전산 업무 담당자들을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및 공무상기밀누설죄로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과방위는 국회에서 방심위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과방위가 방심위 대상으로 단독 국감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12월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록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방심위에 넣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의혹을 제보한 방심위 직원 3인은 그동안 구글링을 통해 류 위원장과 민원인 간의 사적 이해관계를 파악했고 불법적인 행동은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감장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봉 기자가 자신이 제공받은 자료에 민원인들의 IP주소가 기재돼 있었다고 밝혀 논란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봉 씨가 IP주소를 봤다는 것은 방심위에서 불법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다고 자백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야당도 IP 유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못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이 있다면 수사를 하면 되고, 중요한 것은 민원사주”라고만 했다.

회견에 앞서 미디어특위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민원인의 민원 제출 여부와 내용, 그리고 IP 주소를 포함한 민원인 개인정보는 당연히 방심위 내부에서만 파악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바로 방심위 직원에 의해 뉴스타파 기자 등 외부 언론으로 IP 주소가 전달됐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방심위 직원에 의한 IP 주소 추적과 외부 유출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범행이자 일탈”이라고 비판했다.

특위는 “강력하고 신속한 수사만이 답”이라며 “봉 기자가 민원인 IP 주소를 누구로부터 어떻게 입수하였는지 출처와 과정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며 “IP 주소 외에도 어떤 민감 개인정보가 민원인 사찰에 악용됐는지 추가 범행 정황도 반드시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