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로 환수되지 않은 막대한 규모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있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센터 이사장이 비거주자 신분을 이용해 해외에서 비자금을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거주자의 지위를 악용한 탈세 행태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대표적인 사례로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정황을 꼽았다.
박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이사장은 국내 비거주자 신분을 의도적으로 유지해 해외 은닉자금 등에 대한 세무조사와 과세를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이미 언론에 공개된 페이퍼 컴퍼니만 1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비거주자란 국내 체류일자가 183일이 안 되는 개인을 말한다. 국적, 외국 영주권 취득 여부와 무관하다. 비거주자는 국내에서 소득세를 내지 않고 해외에서 발생한 금융거래에 대해 국내에 신고하지 않아도 돼 소득, 재산을 해외에 은닉하고 역외탈세하는 사례가 많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논란은 지난 6월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2심 판결로 다시 불거졌다. 노 관장은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로 유입돼 오늘날 SK가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고 주장했다.
노 관장은 ‘선경 300억’이라고 적힌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법원에 제출했다. 선경은 SK그룹의 전신이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그간 알려지지 않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검찰과 국세청이 2007~2008년 당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존재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원도 은닉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을 겨냥해 사망 이후나 공소시효 만료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를 발의했고, 같은 당 송석준 의원도 동일한 취지의 질의를 한 바 있다.
박성훈 의원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비자금을 은닉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국민에게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국세청은 해외 정보 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