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을 잇는 연결도로를 폭파한 가운데 이 도로를 건설하는 데 한국 국민 세금 1800억원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북한이 정오쯤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군사분계선(MDL)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밝혔다. 경의선과 동해선은 각각 한반도 서쪽과 동쪽에서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다. 이 도로는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경의선·동해선 도로 및 철도 연결을 합의하면서 2002년 9월부터 착공됐다.
다만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남북 관계가 부침을 겪으면서 경의선과 동해선은 상징적 존재로만 남아 있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남북이 합의하고 재차 착공식을 열었으나 남북관계가 파열음을 내면서 실제 운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도로는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졌다. 정부에 따르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육로 연결 사업에는 우리 정부의 현물 차관이 지원됐다. 차관 규모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1억3290만달러 상당으로 현재 환율 기준 1800억원에 육박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이 돈을 갚은 적이 없다.
북한은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금강산 관광 시설,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등 남북 교류의 상징적인 시설을 폭파하거나 철거했다. 지난 2020년 6월 탈북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바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해 6월 북한을 상대로 44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대표적 남북협력 사업으로 북한 요청에 의해 총 1억3290만달러에 달하는 차관 방식의 자재 장비 제공을 통해 건설된 것”이라며 “차관에 대한 상환 의무가 여전히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철도 도로 폭파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