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10 총선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종료된 가운데, 여야의 현역 국회의원 1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그 즉시 의원직을 잃게 된다. 기소된 의원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재산을 축소 신고하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다양했다.

제22대 국회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개원식 겸 제418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재산 신고 축소 및 누락’ 혐의 4명

11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4·10 총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현역 의원은 총 14명(국민의힘 4명, 더불어민주당 10명)이다.

이중 총선 후보 등록 과정에서 재산 일부를 축소, 누락 신고한 혐의로 기소된 의원은 4명이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경기 안산갑)은 재산 7억6182만원을 5억2082만원으로, 같은 당 이상식 의원(경상북도 경주)은 재산 96억원을 73억원가량으로 축소 신고한 혐의,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충남 보령시서천군)은 재산 3000만원 상당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이병진(경기 평택을) 민주당 의원은 안성시 소재 토지를 담보로 5억4000만원을 수협에서 대출받은 내역과 충남 아산시 소재 5지에 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내역 등을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혐의도 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경북 구미갑)은 지난해 1월 지역 마라톤 동호회 행사에서 고사장에 올려진 돼지머리에 5만원을 꽂고 절을 했다가 고발당했다. 당시 경찰은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두 차례 혐의 없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의 재수사 요청 끝에 불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기부행위를 했다고 보고 구 의원을 지난달 불구속 기소했다.

선거운동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기소되기도 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경북 경산시)은 지난 4월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3차례에 걸쳐 경산시청을 찾아 개별 사무실을 돌며 공무원들에게 인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기간 중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호별 방문을 하면 안 되며 다수가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만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경북 구미시을)은 법에 규정되지 않은 방식으로 경선 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전북 전주병)과 신영대 민주당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갑)은 각각 공직 선거운동 기간 전 지역 주민을 상대로 사전 선거운동을 펼쳤다는 혐의를 받는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지난 총선 경선 과정에서 권리당원에게 ‘이중투표’를 권유한 혐의를 받는다. 신 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에게 당내 경선 전화여론조사 참여 방법을 직접 설명하면서 ‘권리 당원이 아니라고 답해야 한다’며 거짓 응답을 유도한 발언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안도걸 의원(광주 동남갑)과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은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각각 전화홍보방을 운영해 홍보 전화를 돌리게 하고 지지호소 문자를 발송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안 의원과 정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됐다. 안 의원은 본인이 운영하는 법인 자금 4302만원을 운영비 명목으로 수수하고, 정 의원은 채용 청탁을 약속하고 모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김문수 민주당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22대 총선 당시 자신의 SNS에 방송사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올린 혐의를 받는다. 김 의원은 선거 운동 기간 차량과 인력, 숙소 등을 장기간 제공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도 수사받고 있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갑)은 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 의원은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인터넷 블로그에 “저는 돈봉투를 본 적이 없고 돈봉투를 저한테 줬다는 사람도 없다”는 글을 올렸다. ‘돈봉투 수수 의혹’ 관련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이를 반박한 것인데, 당시 총선 상대 후보가 “돈봉투 의혹사건의 당사자가 아니고 검찰도 아무런 증거 없이 기소한 것처럼 오인하게 했다”며 허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본인 비껴갔지만 안심 못해’...관계자 기소로 계속 수사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만료됐지만, 선거 캠프 관련자들이 먼저 기소된 일부 의원들에 대한 수사는 지속된다. 공범이 기소되면 공소시효는 공범의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중지된다. 이에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나 선거연락소장 등이 기소된 의원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회계책임자나 선거사무장 등이 벌금 3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도 당선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신성범·김형동, 민주당에서는 박균택·이정헌·송옥주 의원 등이 대상이다.

신 의원(경남 거창)의 후원회 회계책임자 등은 총선이 끝난 뒤 선거운동원 33명에게 정해진 실비 외 990만 원을 지급하고, 선거운동에 사용한 자동차 유류비로 200여만 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의원(안동·예천)의 선거사무장 등도 신고된 선거사무소 외 장소에서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유사기관을 설치해 운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박 (광주 광산갑) 의원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 당일인 지난 10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 의원은 총선 경선 과정에서 지역민에게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지지자 일동’으로 보내 문제가 됐었다. 다만 박 의원의 회계책임자가 법정 선거비용 상한선(1억9000만원)보다 2880만원을 초과한 비용을 지출한 혐의로 기소돼 박 의원의 당선 무효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의원(서울 광진갑)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앞서 이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캠프 관계자에게 수차례 현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아 고발당했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선거사무장이 미신고한 선거사무원에게 300만원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무장이 벌금 300만원 이상을 확정받으면 이 의원도 의원직을 상실한다.

송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차례 지역구 경로당에 전자제품 등을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송 의원에 대한 처분을 아직 내리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와 관련해 선거사무소 관계자가 기소돼 송 의원에 대한 수사는 공소시효 만료와 무관하게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