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윤석열계)’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일 정책위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측이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한 지 하루만이다. ‘한동훈 지도부’ 출범 이후 당내 계파 갈등 요소로 꼽혔던 정 정책위의장의 거취 문제가 정리되면서, 한 대표가 부담을 덜고 당직 인선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부터), 서범수 사무총장,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서 선출된 후임 정책위의장이 추경호 원내대표와 함께 국민의힘 의원들을 잘 이끌어서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에서 꼭 승리해 정권 재창출 기틀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 정책위의장의 사의 표명은 한 대표 측이 ‘당직자 일괄 사퇴’를 공개 요구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한 대표는 전날(31일) 서범수 사무총장을 통해 당대표가 임명권을 가진 당직자를 대상으로 일괄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 정 정책위의장이 자신의 거취 표명에 대해 답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퇴 요구를 거절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 정책위의장은 거취 결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당대표가 임명권을 가진 당직자 대상 일괄 사퇴’라는 대목에 해석의 여지가 있어 고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헌상으로 당 대표는 정책위의장에 대한 면직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정책위원회는 의원총회 산하에 설치돼 있는 원내기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정책위의장은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 임명한다’라고 규정돼 있는 점, 임기를 1년으로 보장해 놓은 점 등을 거론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의원들도 당헌과 배치되는 주장에 따라 물러나선 안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사의 표명하게 된 배경에는 한동훈 지도부 출범 후 자신의 거취를 두고 친한계와 친윤계 간 기싸움이 지속되는 모양새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대표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정 정책위의장을 유임하면 어떠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틀 연속으로 정책위의장 교체에 대한 뜻을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당대회의 당심,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가) 새로운 정책위의장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완곡한 말씀을 해줬다. 그때부터 고민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은 우리 당원들, 의원들이 원하는 건 당의 화합과 지방선거 승리, 대선 승리가 아니겠느냐는 측면을 고려해서 오늘 원내대표와 많은 의견 교환을 거쳐서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우리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갖고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원내대표가 간곡하게 함께 일해달라고 부탁해서 맡은 보직이었다”며 “자리 자체에 연연한 적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정책위의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한 대표는 후임자 물색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의장 임명은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의총 추인을 받아야 한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자리한 추경호 원내대표는 후보 추천 여부에 대해 “제가 알아서, 당헌 당규에 따라 잘하겠다”고 답했다. 추인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정책위의장 외에 지명직 최고위원, 여의도연구원장,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 대변인단 등 나머지 당직 인선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좋은 인선을 해서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