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프리카가 EPA(경제동반자 협정)·TIPF(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 체결을 통해 경제협력 제도 기반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물론, 향후 핵심광물의 안정적 공급과 기술협력을 위한 ‘한-아프리카 핵심광물 대화’를 출범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또 이러한 내용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첫 외교장관 회의를 오는 2026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48개국 정상 및 대표들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약 및 협정 12건, 양해각서(MOU) 24건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윤 대통령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성공적 성과를 거둬 그 약속을 이행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렇게 많은 아프리카 정상들과 대표들이 머나먼 한국까지 찾아와 주신 것은 그만큼 파트너십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보여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한국과 아프리카는 핵심 광물 관련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한 아프리카 핵심광물 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첨단 산업 분야 선도국이고 아프리카는 핵심 광물 보유 측면에서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핵심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호혜적 협력과 지식 공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윤 대통령은 “핵심광물 대화는 호혜적 협력을 통해 공급망의 안정을 꾀하면서 전 세계 광물 자원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도 기여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프리카는 항만, 공항, 도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등 인프라 건설 수요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핵심 광물의 필수 보급지로 손꼽힌다. 니켈, 크롬, 망간, 보크사이트, 코발트, 흑연, 리튬 등 4차 산업 핵심 원자재를 비롯한 세계 광물 자원의 30%를 보유하고 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8%에 달한다. 14억 인구 중 60%가 25세 이하로 ‘젊은 신성장’ 국가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출범하면서 GDP 3조4000억원 달러, 인구 14억의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부상중이다.
한국과 아프리카는 EPA, TIPF 체결을 통해 ‘동반 성장’을 이뤄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관세 당국의 역량 강화와 OMS(원산지관리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EDCF 기본약정(F/A) 확대와 무상원조 지원 강화 등 오는 2030년까지 100억달러까지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계속 확대하기로 했다. 또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무역 및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약 140억 달러 규모의 수출금융도 지원한다.
‘테크 포 아프리카(Tech 4 Africa)’ 이니셔티브를 통해 디지털 분야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윤 대통령은 “전자정부 도입을 지원하고 경제발전 경험공유사업(KSP)을 추진해서 아프리카의 디지털 기반 무역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각국 정상과 대표들은 25세 이하의 인구가 6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성장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내에 도로, 철도, 교량, 항만, 공항, 댐, 담수화 시설, 전기·물 관리 시스템과 같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서도 양자간 협력 강화 필요성도 표명했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기후대응 수요를 반영하는 ‘기후금융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프리카가 당면한 식량안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K-라이스벨트와 같은 식량 자급자족 역량강화 사업도 확대한다.
양자간 협의와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장관회의(KOAFEC), 한-아프리카 농업 장관회의 활동도 강화한다. 또 관세청장과 통계청장 회의 등 신규 고위급 협의체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했다.
이 밖에 국방, 방산, 치안 분야에서 양자간 협력을 확대하고, 아프리카 내 분쟁 후 재건·개발을 위한 ‘아프리카 평화 안보 구조(APSA)’를 강화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가자 지구 사태와 관련, 인도적 접근을 보장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는데도 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자 정상회의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리카 55국 중 48국이 초청에 모두 응했으며 국가원수가 직접 참석한 나라는 25국이다. 윤 대통령은 25명 전원과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통령실은 “(자원) 공급망 확보, 우리 기업 진출 시장 확대 등을 위해 아프리카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