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3일 저녁 부산에서 ‘당원 주권 시대’를 주제로 당원 컨퍼런스를 한다. 국회의장 경선 등 원내 선거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당원이 관여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강성 팬덤인 ‘개딸’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에 반발해 일부 탈당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당원권을 강화하려는 조직적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장 후보 경선 결과에 반발해 탈당하는 당원들을 만류하며 “당 운영과 당내 선거, 공천, 정책결정 과정에서 당원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떠날 결심을 한 오랜 동지들께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당과 함께 수십년 풍파를 견뎌오신 백전노장들이 (탈당자 중에) 많아 당혹스럽다”며 “당의 주인으로서 회초리를 들어 민주주의를 위한 도구로 바꿔달라”고 했다.
이어 “당원들의 주권 의지가 발현될 수 있도록 당 제도를 정비하겠다”며 “당원국 설치 등 당원과의 일상적 소통 참여 창구를 만드는 방안까지 모두 열어놓고 제안받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남 봉하마을로 향하는 길에서도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며 “중우(衆愚)화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최대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박’ 좌표 찍고 원내 선거 관여… 李 핵심 기반
민주당 강성 권리당원은 이 대표의 핵심 지지 기반이다. 4·10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수박’(비명계 의원들을 가리키는 멸칭) 명단을 작성해 낙천으로 이어졌고, 22대 전반기 국회 원내대표·국회의장 후보에 강성 인사를 특정해 의원들을 압박했다. 이들이 지지하던 추미애(6선) 당선인 대신 우원식(5선) 의원이 승리하자, 우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을 비난하며 탈당하는 당원이 2만명에 달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달래기’를 위해 당 시스템을 고치려 한다고 본다. 다만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국회법상 원내 선거의 투표권은 현역 국회의원에 있는데, 입법부 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특정 정당 당원의 의사를 반영하면 위법이 될 수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대의민주주의 위기”라고도 했다. 전날 충남 예산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도 일부 의원이 이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반면 강성 친명계 의원들은 당원투표를 최대 50%까지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권리당원 표 가치도 대폭 높였다. 전당대회 때 대의원 표의 반영 비율은 줄이고, 권리당원 권한은 높이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이러한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했다. 기존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하는데, 이 비율을 20 대 1 미만으로 조정한 게 핵심이다. 권리당원의 표 가치는 최소 3배 높아졌다. 오는 8월 전당대회부터 이러한 규정이 적용된다. 강성 당원들은 이 대표 연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출마는 곧 당선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