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0일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재정 악화 상황 등을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하자,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건너뛸 수 있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처분적 법률’의 형태로, 국회가 발의하는 입법에 행정적 처분 내용을 직접 담는 방식이다. 헌법이 규정한 행정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책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시급한 민생위기를 극복할 긴급조치로 민생회복지원금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부는 전혀 의지가 없다”며 22대 국회 개원 즉시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당론으로 발의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전국민 1인당 25만원의 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해 올해 말까지 소비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그간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및 여야 협상을 요구해왔다. 정부·여당은 ▲소비 진작 효과가 적고 ▲국가 부채만 늘리며 ▲미래 세대 부담을 키운다고 반대했다. 협상 요구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자 민주당은 총선 민심을 명분으로 ‘이재명표 예산’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야당 단독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은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정부는 예산편성권을, 국회는 예산 심의·확정권만 갖는다. 다만 과거 ‘전두환 은닉재산 추징법’ 등 특수한 목적과 대상에 대해 ‘처분적 법률’을 활용한 사례는 있다. 국민적 공분이 크거나 사회적 합의가 모아진 사건에 한해, 법안에 행정 집행 대상·시기·방식을 명시하는 식이다. 현재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여론이 갈리는 민생회복지원금과는 차이가 크다.

국민의힘은 위헌성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를 뛰어넘어 현금 지원을 추진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법안이 실제 발의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특별법이 처분적 법률과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특별법은 처분적 법률로 보기 어렵다”며 “법안이 만들어져 정부가 공포하고, 시행하면 예산을 마련해 국민께 지급하는 전 과정이 행정 행위에 들어간다”고 했다. 또 “대부분의 국회 입법은 비용이 수반되고 예산이 들어간다”며 “정부 예산편성권 침해라는 주장은 비약”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런 ‘예외 법안’을 추가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 대표가 공약한 ▲신용 사면 ▲서민 금융지원 등도 일종의 특별법 형태로 만들어 당론 발의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당 경제위기대책 회의에서 “처분적 법률을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신용사면이나 서민금융지원도 예산으로 편성하려면 정부가 안 하니까, 이걸 의무적으로 일정 정도 제도화하자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