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키고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총선에서 완패하며 전반기 국정 운영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과거 검찰총장 시절, 민정수석실의 폐해를 몸소 겪은 만큼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대선 공약을 스스로 번복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도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불편한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불통 이미지’를 벗고 민심을 보다 제대로 청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이 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민정수석실을) 설치 않겠다는 기조를 쭉 유지해왔는데 아무래도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며 민정수석 인선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에서 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저도) 고심 끝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했던 취지는 권력기관과 사정기관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과거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통해 경찰과 검찰, 그리고 국정원 등 권력기관들을 관리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찰 시절, 민정수석실의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직접 겪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해 공무원과 민간인에 대해 불법 사찰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민정수석이었던(이후 법무부 장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도 갈등의 골이 깊었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감찰과 인사 검증, 공직기강 등을 담당하며 대통령을 보좌해 온 핵심 조직이었다. 하지만 민심 청취보단 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 등 5대 사정기관을 총괄 및 지휘하는 역할에 중점을 뒀다. 이 때문에 민정수석이 ‘왕수석’으로 불리며 과도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실제 윤 대통령은 과거 검찰총장 시절,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개별 사건부터 검찰 인사 문제까지 사사건건 부딪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서 핵심 기능 중 하나였던 친인척 관리 기능이 붕 떠버렸고, 배우자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도 폐지된 상태다. 또 대통령 가족과 측근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까지 8년 넘게 빈자리로 남았다. 여권의 한 인사는 “배우자 담당하는 제2부속실이 제 역할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민정수석실이 어떻게 짜여질지 각론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공직기강 업무와 법률 업무를 조율하고 민심 정보를 수집하는데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직기강과 법률 업무를 서로 따로 두는 것보단, 비서실장이 법률가가 아니기에 두 가지를 조율하는 수석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 수집과 관련해서는 “다른 나라도 정보 부서는 법률가가 지휘를 하면서 정보 자체는 법치주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기존에 민정수석실이 가지고 있던 인사 검증 기능을 가져올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정권은 물론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업무도 법무부로 이관됐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런 것들을 신임 민정수석과 협의해서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임 민정수석이 과거 수사도 했지만 대부분 기획 업무를 했기 때문에 조직을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방안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