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적으로 지명하며 ‘한동훈 비대위’ 띄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를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이라고 평가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비대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과 ‘중도 확장‘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 구성을 위한 절차에 연일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1일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 지명자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추천했다. 한 지명자는 이날 윤 대행의 발표 전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한 지명자는 곧바로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았다. 오는 26일 열리는 당 전국위원회에서 추천안이 의결되면 한 지명자는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당내에서는 전국위에서 추천안이 가결되는 절차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내다본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를 연내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당이 위기 상황일 때마다 여러 차례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지만 성공한 비대위는 드물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출범하는 비대위의 경우 그 부담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정당 계열에서 성공적인 비대위로 꼽히는 ‘박근혜 비대위’의 성공 비결을 참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역풍’과 ‘차떼기 사건’으로 불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에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천막 당사’까지 꾸리며 수습에 나섰고 100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17대 총선에서 121석을 얻어내며 참패를 막아냈다.
이명박 정부 5년 차에 치러졌던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박근혜 비대위’는 대표적으로 성공한 비대위의 사례로 꼽힌다. 박근혜 비대위는 당시 ‘디도스 파동’,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참패 등으로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출범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10명의 비대위원 중 6명을 외부 인사로 채우고 친박계와 친이계를 포함시키지 않는 등 ‘인적 쇄신’을 했다. 또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을 상징하는 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는 등의 변화를 이어가며 총선 승리를 이끌어냈다. 참패가 예상되던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으며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로는 박 전 대통령이 ‘미래 권력’이었다는 점과 인적 쇄신, 중도 확장성 등이 꼽힌다. 한 지명자도 윤석열 대통령 이후 차기 대권주자로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박근혜 비대위와 공통점이 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 양자 대결에서 한 지명자가 45%를 얻으며 오차범위 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41%)를 앞섰다(20~21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이에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관건은 인적 쇄신과 중도 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당시 26세였던 이준석 전 대표를 등용하는 인적 쇄신을 보여줬다. 또 당 정강·정책에 ‘경제 민주화’를 도입하는 등 중도로 확장했다.
여기에 윤석열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박근혜 비대위 당시 이명박 정부도 그렇고 현재 윤 대통령도 지지율이 3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정권과 선을 긋는 것이 현재로서는 필수”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서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ARS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3.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