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최근 당내에서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 의원들 간 갈등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해 “공격적 언어를 쓰면 안 된다. 다 소중한 당 구성원”이라며 “앞으로 ‘수박’, 이런 단어 쓰는 분들 가만 안 놔둘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우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민주당 내에서 제도, 정책, 노선, 비전 등에서 더 활발한 토론을 보장할 생각이다. 그러나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 분열적 언어를 엄격하게 금지시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박’은 민주당 강경 지지층이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을 담아 사용하는 단어다.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대선 후보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 등 비명계 의원들을 비난할 때 쓴다. 이 의원도 당내 대선후보 경선 기간 “수박 기득권자들”이란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수박’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에서 호남민들을 비하하는 용어라는 주장도 있다.

6·1 지방선거 참패 후 비명계에서 ‘이재명 의원 책임론’이 나오자, 이 의원 지지자들은 ‘이낙연 전 대표 책임론’을 주장하며 ‘수박’이란 단어를 쓰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선거에) 진 정당이 겸허한 것이 아닌 남 탓하고, 상대 계파의 책임만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수박’이라는 표현을 두고 “어떻게 같은 구성원에게 그러나”라며 “심지어 공당의 대표라는 분에게 ‘수박’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 모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원내대표를 할 때도 쓸데없는 발언을 하는 의원들 가만히 두지 않았다”라며 “감정을 건드리는 언어를 쓰기 시작하면 비대위가 정리하기 매우 어렵다”고 했다 또 “(발언을) 감시하고 억압하지 않겠지만, 당에 해가 되는 발언을 (보면) 국민이 뭐라고 하겠나”라며 “국회의원 수준이 떨어진다고 할 테니 공개적으로 경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21일 대선후보 경선 당시 페이스북 글에서 '수박'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페이스북 캡처

우 위원장은 계파 갈등 등 당내 분열 극복과 신뢰의 회복, 야당으로서의 태도 변화를 위기 극복의 키로 제시했다. ‘신뢰의 회복’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했다기보다 자기들이 하고자 하는 것에 더 노력했다”라며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했다.

‘야당으로서의 태도 변화’를 두고는 “정권의 잘못은 과감하고 강력하게 견제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라며 “국회의원이 실력을 더 키워 실력으로 승부하는 강력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비대위의 임무 중 하나인 차기 지도부 선출에 대해서는 “전당준비위원장 선임 등 전준위 발족을 최대한 서둘러 금주 중 마무리할 것”이라며 “8월 말로 예정된 전대 일정을 절대 변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대선과 지방선거를 평가할 평가단의 구성도 서두르겠다”고 했다.

계파 간 이해가 엇갈리는 전대 룰 중 대의원,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과 관련해서는 “2~3년새 당원이 늘어 대의원과 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이 1대80, 1대90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라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대선후보 경선 당시 '수박'을 언급하자, 한 네티즌이 호남 비하 용어라며 설명하는 자료를 댓글로 달았다.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