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개딸들’ 마음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개딸’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2030 여성들이 스스로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2030 여성 지지자들은 팬덤과 같은 방식으로 정치인들과 소통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들이 유력한 지지층으로 떠오르자 민주당 정치인들도 다양한 소통 방식을 강구하고 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표밭으로 떠오른 이들을 잡기 위한 총력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을 마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뉴스1

대표 주자는 이 전 경기지사다. 대선 이후 공개 행보를 하지 않고 있는 이 전 경기지사는 최근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의 대표직 ‘이장’을 맡으며 지지자들과의 소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여기서 이 전 지사는 “개딸, 냥아, 개삼촌, 개이모, 개언니, 개형 그리고 개혁동지와 당원동지 시민 여러분 모두 깊이 사랑한다”고 소감을 밝히며, 개딸 등 자신의 지지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개딸 외에도 ‘개’가 붙은 이름들은 모두 이 전 지사의 지지자들을 친근하게 부르는 명칭들이다. 이 전 지사는 자신의 이름인 ‘재명’과 ‘파파(아빠)’를 합친 ‘잼파파’로 불리기도 한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직접 다이렉트메시지(DM)에 답을 하며 지지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직접 다이렉트메시지(DM)에 답을 하며 지지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 전 지사는 대선에 패배한 이후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지지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지자들이 보내는 다이렉트메시지(DM)에 ‘감사하다’, ‘개딸님, 사랑한다’ 등의 소감을 전하거나 간단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의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20~30 개딸들, 냥아들들… 지방선거 출마자들과 다스뵈이다 나갔잔(잖)아. 금요일 본방사수하고 응원하면 좋잔(잖)아” 등의 글을 올리며 2030의 호응을 유도했다. 특히 이 전 지사의 지지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잔아(잖아를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변형해 사용하는 말투)체’를 사용해서 눈길 끌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의 성격유형(MBTI)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캡쳐

또 본인의 성격유형을 한번에 알아볼 수 있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MBTI(성격유형테스트)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정청래 MBTI’ 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고 “주변에서 하도 해보라고 해서 해봤더니 이렇게 나왔잔(잖)아~ 좋은 건가?”라고 남겼다. 그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정 의원의 MBTI는 ENFP-T로 알려졌다.

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웃수저(웃음과 수저의 합성어로 금수저와 같이 웃음을 타고난 존재라는 뜻의 신조어)’라는 신조어를 소개하며 자신의 웃긴 사진들을 공유하며 2030의 관심을 유도했다. 그는 “저보고 ㄹㅇ(리얼) 웃수저라며 옛날 제 사진을 용케도 찾아서 올리며 웃수저놀이를 하고 있잔(잖)아~”라며 “저도 엊그제서야 알고 몇몇 군데 찾아가 봤더니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어쩔 수도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난 좀 망가져도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라면 그냥 괜찮아~”라고 썼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 대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영기리보이’라는 계정을 개설했다. 해당 계정은 송 전 대표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닌, 보좌진이 운영하는 컨셉의 계정으로 정치인이 아닌 연예인을 ‘덕질’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송 전 대표의 인스타그램에는 긴 글보다는 2030 세대에 익숙한 사진과 해시태그, 밈(meme·흥미로운 언행을 온라인에서 재가공한 콘텐츠)을 활용해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스타그램 계정. 송 전 대표의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이 눈에 띈다. /인스타그램 캡쳐

최근 6·1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조정식 의원은 트위터에서 개혁중진을 줄여 스스로를 ‘개중진’ 조정식이라 일컬으며 2030 지지자들과의 소통 의지를 다졌다. 그는 “개냥조카들을 환영한다”며 기존 6개월인 권리당원 행사일을 3개월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쳐

전문가는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2030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소통 방식 개선에 나선 것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표밭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2030 여성들이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남성과 대등한 입장에서 정치적 효능감을 내기 시작했다”며 “민주당 입장에선 자신들이 표를 얻을 수 있는 곳은 거기라고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2030 세대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로는 이들의 지지를 장기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나 육아 문제, 젠더 이슈 법제화 등 입법 구축을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