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위원장이 30일 인수위 활동을 마무리한 후 새 정부 내각과 경기도지사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대신 당으로 복귀해 지지기반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은'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도 말했지만, 장기적인 포석으로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으로 탄생할 통합 정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후보 단일화 때 국민 앞에 약속한 공동 정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일에 공헌하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5년 후 차기 대권 도전이 확실시되는 안 위원장이 마땅한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는 당으로 돌아와 착근하며 본인의 세력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해석한다. '불편한 동거'를 시작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향배에도 주목한다.
◇安 "다음 정부 청사진 그리고 내각에는 참여 않을 것"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정부에 대한 청사진과 좋은 그림의 방향을 그려드린 다음에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윤 당선인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안 위원장은 전날(29일) 윤 당선인을 직접 만나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게 총리 후보자를 추천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당선인께서 뜻을 펼칠 수 있게, 국정 운영 방향에 맞는 좋은 분을 찾으시라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국무총리를 맡아달라고 제안을 했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어제 면담 요청을 해서 먼저 (하지 않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이) 아마도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아서, 먼저 저한테 (총리를 하겠느냐고) 물어보기 전에 제가 먼저 제 의사를 밝히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약 2시간 후 코로나특위 브리핑에서 추가 질문이 나오자 "공동정부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의미에서 자격 있고, 깨끗하고, 능력 있는 장관 후보들을 열심히 추천할 것"이라고 했다. 백지신탁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우려했다면 정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불출마, 당장 당대표 생각없어"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후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임기는 내년이다. 지금 당장 그 생각(당권 도전)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11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됐고, 임기는 2년이다. 이 대표의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은 6·1 지방선거 경기지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지방선거에 대한 생각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일들,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그런 일들에 공헌할 수 있는 바가 많다고 생각하고 그런 일들을 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좀 더 국민 옆에 다가가서 민생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중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거대 양당이 마찬가지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년 집권하면서 많은 실망을 (국민께) 안겨드렸고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예전의 일부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인식돼있는데 인식뿐만 아니라 행동까지도 바꾸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이 내년으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집권여당의 당권을 거머쥔 뒤 5년 후 대선에 재차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오는 6월1일 지방선거 전 합당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합당은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 사이 단일화 합의에 포함된 사안이다.
안 위원장이 실제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당내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로 꼽힌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의석 수 뿐만 아니라 당원 수에서도 큰 폭의 격차가 난다.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거에서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종합해 결과를 낸다.
익명을 요청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위원장과의 단일화가 결과적으로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안 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한다면) 중도보수적인 성향을 앞세워 당의 외연 확장에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석 '전장연 논란' 와중에 당 복귀 선언…내년 전당대회 출마 전망
당장 지방선거가 코 앞이다. 당 안팎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안 위원장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이준석 대표와 함께 선거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가 5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대선에서 0.73%포인트(p) 차로 박빙 승리를 했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사실상 향후 국정운영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6·1 지방선거를 반드시 이겨야 새 정부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안 위원장의 이런 계산에는 최근 비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의 상황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출퇴근 시간대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여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이동권·교육권·노동권·탈시설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출퇴근 시간 지하철 승·하차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는 것에 대해 "서울시민을 볼모로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이라고 하면서다. 이 대표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조건을 걸지 말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의 시위를 중단하라"라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혐오 정치'라며 비판했다.
이 대표가 비하 논란에 휩싸이자 시민사회는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은 지난 28일 전장연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경복궁역을 찾아 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소통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정치권 대표해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무릎을 꿇기도 했다.
다만, 그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두 사람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양측이 불필요한 잡음을 내는 것은 최대한 지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안 위원장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이후 당에서 역할을 하신다면 당연히 환영한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