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이집트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산 자주포 K-9 도입이 최종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만 “(계약의) 최종 타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논의 결과를 소개하는 공동언론발표에서 “두 정상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K-9 자주포 계약이 양국의 상호 신뢰에 기반한 방산협력의 성과로, 이집트군 전력 증강에 크게 기여하고 기술협력, 현지 생산을 통한 양국 상생협력의 대표적 성공사례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같은 언급에 따라 조만간 이집트에 대한 K-9 수출 소식이 전해질지에 주목된다. K-9 자주포는 우리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자주포다. 긴 사거리와 빠른 발사속도, 기동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문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했을 때에는 호주와 1조900억원에 이르는 K-9 자주포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
또 양측은 ‘룩소르-하이댐 철도 현대화 사업’ 등 이집트 교통 인프라 구축사업을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사업은 이집트를 종단하는 기간교통망(알렉산드리아~카이로~하이댐 철도, 5100km)을 현대화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마무리 프로젝트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개발 경험을 나누고 이집트의 교통·수자원 인프라 확충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무역경제 파트너십 공동연구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향후 한-이집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양국의 협력을 해수 담수화, 수자원, 석유화학플랜트 등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은 이집트에 향후 5년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차관 한도를 새로 설정했고, 엘시시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은 기후위기 극복에 더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이집트는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의장국이다. 한국은 COP27에 적극 협력하며 재생에너지, 친환경 인프라 분야에서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우주, 해양, 문화재, 인적교류 등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양국은 인적·문화적 교류를 활성화하며 양국 국민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찬란한 문화유산을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한 발굴·보존 노력에도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이집트의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역사적 장점과 세 대륙을 잇는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으며 광범위한 FTA 네트워크와 젊은 인구 구조, 풍부한 자원까지 갖춰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번영과 발전의 미래를 향해 더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집트는 한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좋은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집트의 큰 개발사업과 인프라사업, 에너지·교통·통신·ICT 등 분야에서 한국의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조건(규제)을 완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협조를 통해 이집트도 한국처럼 성공적인 개발을 이룰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이 종료된 뒤 양국은 ▲KOICA 이집트 전자조달시스템 개선사업 교환각서 ▲이집트 룩소르-하이댐 현대화 사업 시행 약정서 ▲무역경제 파트너십 공공연구 양해각서 ▲2022~2026 EDCF 차관에 대한 양해각서 등을 체결했다.
한국 정상의 이집트 방문은 역대 두 번째이자 2006년 이후 16년 만이며, 문 대통령의 아프리카 대륙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