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8일 공급 과잉에 따른 쌀값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쌀 20만t에 대한 시장격리 조치를 조속히 실시하기로 했다. 초과생산량 27만t 중 나머지 7만t에 대해서는 추후 시장상황을 봐서 시장격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 농부가 14일 곡창지대인 전북 김제시 공덕면 논에서 콤바인으로 벼를 거둬들이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쌀 시장격리 당정협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박 의장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83만t이고, 수요량은 361만t으로 27만여t이 추가 생산됐다. 이 때문에 지난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kg당 5만1254원으로 10월 5일 가격(5만 6803원)보다 9.8% 하락했다.

박 의장은 “당정은 올해 초과생산량 27만t 가운데 20만t을 조속한 시일 내 시장격리하고 잔여물량 7만t에 대해서는 추후 시장상황 민간재고 등 여건을 보기로 했다”며 “정부는 이해관계자 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1월중 20만t 매입에 대한 세부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쌀 시장격리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서 문재인 정부가 어렵게 이뤄놓은 쌀값 회복 성과가 훼손되지 않도록 당정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당초 정부가 비공개 논의에서 1차 시장 격리 물량을 17만t으로 한정했지만 비료가격, 인건비 상승을 고려한 당의 요청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당정이 어려운 농민들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27만t의 추가 생산량은 전량 시장격리하겠다는 게 제1원칙”이라고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위성곤 의원도 “27만t 전부를 시장격리해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일단 전부 다 수용했고, 다만 시기를 조절해서 진행한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집회나 야적시위를 하며 (농심을) 대표한 농민들이 안심하도록 우리 당은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쌀 시장 격리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지난 11월 24일 쌀값 폭락을 우려하면서 쌀 27만t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시장격리를 제안했지만 기재부와 농식품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 “쌀값 하락, 비료가격 폭등 없도록 선제 대응하겠다”며 쌀 27만t을 시장격리를 주장했고, 이 때부터 21일간 6번 ‘쌀 시장격리’를 주장했다. 박 의장은 “후보도 여러 차례 요청했고, 그 부분이 일면 수용이 됐다고 봐도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올해 쌀 예상 수요량 기준 대략 7.5%인 27만t이 과잉 생산됐다고 예측하고, 쌀가격은 산지가격 기준 전년대비 약 5% 하락한 상태”라며 “양곡관리법에 따른 시장격리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여건들이 충족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는 시장격리 조치 발동을 요청했고, 민주당도 꾸준히 정부에 제기해서 그동안 박완주 의장을 중심으로 신속히 협상했다”며 “27만여t 추정 수급 과잉물량 전체를 시장격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1월 중에 상당량을 정리하고 잔여부분을 시장 요건에 따라 탄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 후보도 지난 11월부터 6차례에 걸쳐 쌀 시장격리 조치를 요청하고 있고, 우리 당 국회의원은 물론 기초광역의원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시장격리 조치를 하게 된다면 시기와 매입량 등은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