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자들을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 그리고 고령층”이라고 언급한 후폭풍은 황 의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0일까지 계속됐다. 황 의원은 전날 정의당에서도 “시민들에게 가한 무차별적 모욕”이라는 비판을 받은데 이어, 이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에게 “매우 오만하고 위험한 태도”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황 의원의 언급의 적절성 문제와 별도로 황 의원이 주장한 경제적 계층 또는 연령에 따른 지지 경향성은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황 의원의 주장과 반대되는 경향성도 나타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이와 함께 저소득층에서 나타나는 야당 후보 지지세에 대한 황 의원의 접근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와 관련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는 저소득층이 똘똘 뭉쳐서 특정 후보를 일관성 있게 지지하는 계급투표 현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20대나 저소득층은 핵심적 스윙보터로 봐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황 의원의 발언은 학력, 경제적 계층, 연령에 따라 특정 정치 성향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가설과 가까워 보인다. 황 의원도 문제가 된 발언을 사과하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일반론적 해석에 근거한 표현이었을 뿐 특정 계층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 아니었음을 밝힌다”고 썼다가 지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황 의원의 주장은 최소한 경제적 기준으로는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 11월 22~24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전국지표조사(NBS) 조사에서 윤 후보는 전 경제적 계층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또 하위 계층의 윤 후보 지지율은 오히려 전체 윤 후보 지지율보다 작은 반면, 중·상위 계층의 윤 후보 지지율은 전체 윤 후보 지지율보다 높았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32%, 윤석열 후보는 35%의 지지율 보인 가운데, 상위 계층은 이재명 37% 윤석열 38%, 중위 계층은 이재명 33% 윤석열 37%, 하위 계층은 이재명 31% 윤석열 34%였다.

황 의원의 주장은 지난 10월 11~13일 NBS의 이재명 대 윤석열 가상 대결 결과와도 거리가 있었다. 국민의힘 후보 확정 전인 당시엔 이 후보가 하위 계층에서도 윤 후보에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5주 간격의 두 시점을 비교하면 오히려 상위 계층에서 윤 후보의 지지세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도 확인된다. 10월 11~13일 조사에선 전체 지지율이 이재명 39% 윤석열 35%였는데, 경제적 계층으로 나눠보면 상위 계층에서 이재명 42% 윤석열 32%, 중위 계층에서 이재명 37% 윤석열 37% 동률, 하위 계층에서 이재명 39% 윤석열 36%로 나타났다. 11월 22~24일 조사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이 후보 대비 윤 후보의 지지율은 상위 계층에서 10%p 열세에서 1%p 우세로 11%p가 높아진 반면, 중위 계층에선 동률에서 4%p 우세 4%p가 높아졌고, 하위 계층에선 3%p 열세에서 3%p 우세로 6%p가 높아졌다.

11월 23~25일 한국갤럽 지지 정당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보인다. 국민의힘 전체 지지율은 34%로 조사됐는데, 상·중상, 중, 중하, 하로 나뉘는 ‘생활수준’ 단계에서 ‘상·중상’에 속한 응답자에서 전체 지지율보다 2%p 높은 36%를 기록했다. ‘중하’에서도 전체 지지율보다 3%p 높은 37%를 보였다. 선택지의 마지막인 ‘하’에 속한 응답자의 지지율은 35%로 전체 지지율보다 1%p 높았다. 국민의힘은 생활수준 ‘중’에서만 전체 지지율보다 2%p 낮은 32%를 기록했다. ‘생활수준’과 정당 지지율의 상관관계를 찾기 쉽지 않은 결과다.

연령별로 보아도 ‘지지층이 대부분 고령층’이라는 명제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20대가 이미 국민의힘의 주요 지지층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11월 한 달간 조사에 따르면, 18~29세 남성 응답자의 45%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핵심지지 기반인 40대 남성응답자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비율 47%에 맞먹는 비율이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이 정부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경제를 살린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쳤는데, 이에 따라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과 청년층이 훨씬 고통 받게 됐다. 이 때문에 이들 계층에서 현 정부 지지율이 낮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윤 후보가 등장하기 전에도 보이는 흐름”이라면서 “그건 윤 후보에 대한 지지라기 보다는 현 정부 정책실패에 대한 응징의 성격이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주장하는대로 그가 흙수저·비주류 후보라면, 그들이 이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지를 호소할 대상을 비난하는 건 대선 캠페인 콘셉트에도 맞지 않지 않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