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암호화폐는 이미 화폐로서 기능하고 있다. 실체적인 이용 실태를 제대로 파악한 후 법제화 해야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국회 본청 국민의힘 대표실에서 만난 그는 “일례로 유학생 생활비 송금 목적으로 암호화폐 사용이 늘고 있는데, 현행 법체계로는 외환관리법 위반이다. 실수요용 암호화폐 거래는 처벌되지 않도록 법 개정도 고려해봐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 등으로 유학 중인 자녀들에게 송금하는 금액이 들쑥날쑥으로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하는 실수요 거래는 법적으로 허용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인터뷰를 위해 당 대표실에서 취재진을 맞이한 이 대표는 한껏 고무돼 있었다. 투표 시작 후 30분까지는 지난 2차 경선 투표에 비해 낮았던 대선 후보 경선 투표율이 오전 9시 40분부터 지난 경선 투표율을 상회하기 시작하더니 시간대별로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이틀 동안 진행된 국민의힘 모바일 당원 투표율은 54.49%로, 총 31만63명이 투표를 마쳤다. 투표 첫날에만 투표율이 43.82%까지 올랐다. 지난 6월 이준석 대표가 취임 후 당원들에게 약속한 ‘대선 경선 흥행 대박’이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 대표 취임 후 국민의힘 당원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약 26만 명 증가했다. 전체 당원은 57만 여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번 경선 흥행 성공에 대해 ‘진정한 승자는 이준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30세대가 요구하는 정치개혁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는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기성세대가 기존의 정형화된 문법을 2030세대에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특히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관련 정부 정책에 변화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은 20대와 40대가 크게 다르다. 암호화폐는 실제 용도를 찾아서 통용될 때 화폐로서의 가치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내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를 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 이 대표는 “특히 암호화폐는 종류가 다양해 무리한 과세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보다 세밀하게 실태를 파악한 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 가격 폭등 속 대출까지 막혀 2030세대의 내집 마련 기회를 막은 대출 규제에 대해서는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반드시 이를 고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나타난 2030세대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투자 행태에 대해서는 “정부의 화폐공급 확대로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화폐를 들고 있는 것보다 자산을 취득하겠다고 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가상자산 과세, 일괄적인 방식은 반대…화폐로서 기능하는 부분은 법제화 해야”
-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세대별 시각이 다른 것 같다. 화폐로서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암호화폐는 실제 용도를 찾아서 통용될 때 가치가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일부 영역에서는 화폐로서 기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유학생 생활비 송금의 경우 암호화폐를 통해 거래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이런 거래는 현행 외환관리법 위반 행태이기도 한다. 국민들의 경제활동과 법 체계가 어긋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찾아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존 법 체계를 고치는 법제화를 해야 한다. 앞으로 계속 이런 화폐로서 가치를 갖는 부분이 실제 법 제도하에서 안정화되는 기간을 거치면 암호화폐는 화폐로서 기능할 것이다.”
- 암호화폐를 단일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인가.
“그렇다. 예전 싸이월드 도토리 같은 개념의 유틸리티 토큰도 있고, 테더링 화폐의 경우 사실상 법정 화폐처럼 사이버상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테더링 화폐는 이미 화폐로서 가치가 있다. 대체불가토큰(NFT) 등 새로운 개념이 계속 등장하기도 한다.”
- 정부의 과세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정부는 암호화폐가 자산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투기 등을 억제하는 쪽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방향성의 하나로 내년부터 암호화폐도 과세한다고 이미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정기국회에서 이를 다룰 것이다. 그러나 과세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앞서 말한대로 암호화폐는 증권 자산으로 기능하는 것도 있지만, 도토리처럼 일종의 상품권 성격을 가진 것도 있다. 증권으로서 가치를 증식시키는 것은 과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상품권을 과세한다는 것은 어색하지 않을까. 일괄 과세하는 것은 미성숙한 규제다.”
- 의원들의 접근은 좀 다른 듯하다. 투기화 가능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것 같은데.
“좀 더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발달하면서 이미 존재하는 전근대적인 법에 새로운 상품을 맞춰 손질하기는 어렵다. 암호화폐 등 새로운 것에 맞춰 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외환관리법은 암호화폐 등장에 따라 이미 큰 허점이 생겼다. 이는 개정해야 한다. 다만 모든 것을 추적할수는 없고, 무리하게 추적하다 보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당 유경준 의원이 내년부터 일괄적으로 과세를 하겠다는 기획재정부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전통적인 화폐의 가액 측정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무리한 과세는 지양해야 한다.”
- 더욱 세밀히 관찰한 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암호화폐는 현재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종류만 있는 게 아니다. 비상장 코인은 장난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탈세나 재산축소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허술하게 입법하기 보다는 여유를 갖고 실체를 파악한 후 접근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경제의 새로운 트렌드이기도 하고, 젊은층의 자산 증식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대선에서 중요하게 다룰 이슈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2030세대 ‘영끌·빚투’, 합리적 결정…일괄적인 대출 규제 반드시 고칠 것”
- 최근 정부 정책 중 국민들의 피부에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하게 만드는 것은 가계대출 규제일 것 같다. 정부의 규제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새 자산을 취득해야할 젊은 층이 규제의 집중 타격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이 세대별 자산 양극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내년 1월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고 7월 부터는 이 기준이 총 대출액 1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젊은 세대의 자산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젊은 세대의 유리한 점은 상환 능력이 있고 생활 기간이 길기 때문에 대출에 의한 자산증식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그 기회를 차단하면 활로를 찾기가 불가능하다. 가진 자산이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 폭등 등 자산가격만 오르면 아무리 저축해도 자산을 불릴 수 없다.”
- 현 대출 규제가 잘못 됐다는 것인가.
“그렇다. 젊은 세대 경우 자산 증식이 어렵다. 레버리지도 지금은 어렵다. 향후 세대간 자산 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 암호화폐 등 불안정한 투자에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활로가 차단된 탓이다. 아예 저축 회피하고 소득을 소비하는 게 낫다는 패턴이 강해질 수도 있다.”
- 현 규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지금은 그저 통계만 보고 가계대출을 규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다만 현재 대선 후보 경선 기간이기 때문에 경선 후보들을 고려해 구체적인 방안을 얘기하기는 곤란하다. 확실한 점은 후보가 결정되면 반드시 소득활동 기간이나 차주의 연령대를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대출 총액을 통제하는 현재의 부동산 대출 규제는 고칠 것이라는 점이다.”
- 지난해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동학개미들의 중심에는 국내 2030세대 중심의 개인투자자들이 있었다. 대출을 받아 자산에 투자하는 2030 중심의 ‘영끌’ ‘빚투’ 등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어떻게 평가하나.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은 코로나19 시국에 화폐공급량이 크게 늘면서 화폐의 실질가치는 내려가는데 자산의 명목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2030세대 입장에서는 화폐를 들고 있는 것 자체의 위험이 커진 상황이었다. 그러니 빚을 내서라도 자산을 구입하는 게 (2030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길(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자신이 들고있는 화폐는 은행에 넣어도 금리가 낮고 자산가격은 폭등하는 상황이었다. 만일 그게 진짜 문제라면 정부가 화폐 공급량을 줄였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렇게 정책을 하고 나서는 부채가 늘어났다고 해서 뒤늦게 문제 삼아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화폐 공급 확대로)언젠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산을 취득하지 않고 넋 놓고 있으라고 하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지 않다. 만약 코로나 사태 초기에 2030세대 등의 자산 투자가 없었다면 자산가치는 더 크게 폭락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