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식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 명단에서 이재명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은 흔적 조차 찾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선 캠프에서 정책조정단장을 맡았던 최배근 건국대 교수 등 기본소득론자들은 2선으로 물러선 모습이다. 선대위 조직에도 ‘기본소득’이란 표현은 없다.
대신 후보 직속의 ‘전환적공정성장전략위원회’라는 기구가 설치됐고, 캠프내 정통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하준경 한양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기본소득을 내세우던 비주류 경제2학 전공 학자들 대신 한국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거시경제학을 연구하는 하준경 교수가 경제정책 공약을 책임지는 구도가 형성됐다.
하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한국은행에 조사역으로 입사해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과장으로 일했고, 이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거시경제와 금융을 연구했다. 2008년 한양대 교수로 있으면서 거시경제, 경제성장, 연구개발과 인적자본 투자, 화폐금융, 인구구조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앞서 이 후보가 지난 8월 공개한 정책자문그룹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 2022)에서 경제1 분과 위원장을 맡아 왔다.
하 교수는 확장재정 등을 강조해온 중도 성향의 학자로 분류된다. 지난 2019년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는 “국채는 안전자산이므로 민간의 노후 대비 자산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국가가 안전자산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으면 노후 대비 자원은 결국 부동산으로 흐른다”면서 “국채 대신 가계부채를 늘게 하고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이 미래 세대를 배려한 노후 대비는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반면 선대위 구성 명단에서는 이재명 후보측 대표적 ‘기본소득론자’인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부동산 투기 및 편법 증여 논란으로 낙마한 후, 대선 캠프 정책조정단장을 맡았던 최배근 교수도 선대위 명단에 없었다. 세바정2022의 경제2 분과 위원장인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이름도 없었다.
대신 주요 정책 관련 보직은 여당 의원들이 맡았다. 후보 직속으로 설치된 분야별 위원회를 보면 사회대전환위원회는 추미애 전 당 대표, 미래경제위원회는 이광재 의원, 균형발전위원회는 김두관 의원이 맡는 식이다.
하 교수 외의 학자 출신 위원장은 이상경 가천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에 그쳤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성과를 긍정 평가하는 이론적 토대를 만든 연구자인 이 교수는 ‘부동산개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다만 이재명 후보를 돕는 전문가 그룹이 선대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이들의 역할이 축소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자문그룹 세바정2022이 여전히 독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800여명의 교수·연구자 등이 이름을 올린 세바정2022는 오는 3일 유튜브를 통해 중계하는 ‘개발이익 공공환원의 도시계획적 쟁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시작으로 이달 17일, 24일까지 3차례 연속 심층정책토론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3일 토론회에는 선대위 부동산개혁위원장인 이상경 교수가 발제자로 나선다. 사실상 선대위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이한주 전 원장이 정책을 총괄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