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전국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영 주문·배달대행 플랫폼(배달앱)을 내놓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이 지사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배달앱 입점 음식점들은 수수료 인하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를 서비스하는 쿠팡 등 기존 플랫폼 빅테크 회사들에는 최근 강화되는 정부여당의 빅테크 규제와 함께 제2의 시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을(乙) 권리보장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 을(乙) 권리보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지난해 12월 서비스 개시 후 3개월 만에 거래액 100억 원을 넘어서더니 지난 8월에는 도내 23개 시‧군의 누적 거래액이 500억 원을 돌파했다”며 “배달특급의 성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공플랫폼을 전국으로 확장하고 통합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측은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현행 공공배달앱을 단일앱 등으로 통합하는 모델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개수수료, 광고비 등이 없는 현행 공공배달앱은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같은 민간 배달앱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지만, 지자체 중심으로 개발해 운영하기 때문에 사용 범위가 해당 지역 내로 한정되고 지역별로 앱이 달랐다. 전북 군산시 ‘배달의 명수’, 서울시 ‘띵동’, 경기도 ‘배달특급’, 강원도 ‘일단시켜’, 충북·경북 ‘먹깨비’, 충남 ‘소문난샵’, 광주광역시 ‘위메프오’, 인천광역시 ‘배달e음’, 대구광역시 ‘대구로’ 등이다.

이 지사는 “배달앱과 관련 공공이 시장에 침투해 시장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음식 배달앱이 혁신의 결과라면 공공 영역이 어떻게 순식간에 따라잡고 추월했겠나. 결국 독점의 결과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이 아닌 단순한 독점의 결과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할 불공정한 거래행위”라고 했다.

이 지사는 플랫폼 가맹 소상공인들이 플랫폼 운영사 단위의 단체를 결성해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플랫폼 중개사업자들이 이들과 의무적으로 교섭하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 지사는 “플랫폼시장의 공정한 질서 확립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가맹 소상공인의 단체결성권과 협상권을 보장하겠다”며 “플랫폼 이용사업자들이 단체를 결성하여 플랫폼 중개사업자에게 교섭을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교섭이 개시되고, 교섭결과에 대한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이행 의무도 부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을’들의 단체를 등록하게 하여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협상권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 지사는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 격돌하고 있는 퀵커머스 등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퀵커머스란 소량 생필품 등을 대상으로, 주문 후 최소 15분에서 최대 2시간 내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업체는 창고형 마트를 설치하여 동네 슈퍼마켓을 위협하고 식자재 납품 등 B2B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고 했다.

우아한형제들의 ‘B마트’, ‘배민상회’와 쿠팡의 ‘쿠팡이츠 마트’, ‘쿠팡이츠 딜’ 등을 염두에 둔 언급이다. 회사명이나 서비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플랫폼 빅테크를 정조준한 공약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이 지사는 쿠팡을 염두에 두고 “직매입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플랫폼업체가 과연 중개사업자가 맞냐는 따끔한 지적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도 했다.

이 지사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공약으로 임대료 등 고정비를 직접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손실보상뿐 아니라 재난위로금 지급, 금융지원 확대 등 여러 대책을 실시 중”이라면서도 “기존 대책에 더해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까지 포함하는 한국형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PPP는 코로나 충격에서 일자리를 지킨 기업에게 대출 원금과 이자 등을 탕감해 주는 미국 연방정부 정책자금 대출프로그램이다. 일정조건에 부합하면 대출금 상환이 면제된다는 점에서 정부 지원금 성격도 강하다.

이 지사는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임차상인의 임대료 연체로 인한 계약해지, 갱신거절, 강제퇴거를 금지하고, 체납된 월세의 강제이행도 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폐업하는 임차상인에게는 임대차 기간이 남아있어도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겠다”고도 했다.

한편 이 지사는 내년도 예산 정부안에서 대폭 줄어든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그는 “지역화폐가 지닌 내수경기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며 “기한이 정해진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했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명절 대목 같다’는 상인들 반응이 있을 정도로 체감도가 높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2018년 3700억 원에서 2019년 2조 3000억 원, 2020년 9조 원, 올해는 추경을 포함 20조 원으로 크게 늘고 있고, 행정안전부의 내년도 수요조사 결과는 26조 원”이라며 “이 같은 지방정부의 수요를 고려해 지역화폐 발행지원 규모를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