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미사일 개발을 제한해 온 한미 미사일지침이 42년 만에 폐지돼 ‘미사일 주권’을 온전히 회복하게 됐다. 한국은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완전히 해제돼 사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주로켓 기술도 더 진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1일 오후(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미사일지침 폐지로 ‘최대 800km 이내’로 설정된 사거리 제한이 완전히 풀렸다. 이론적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가능하다.

다만 한국은 사거리 1000~3000㎞ 중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군과 정부는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거리 1000km 탄도미사일은 제주도에서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 등이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 2000km 이상이면 중국 내륙까지 도달할 수 있다.

한국군은 이미 세계 최대급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현무-4 개발에 성공했다. 이론상 탄두 중량을 줄이면 단시간 내 사거리를 늘릴 수 있다. 현무-4는 사거리 800㎞일 때 탄두 중량은 2t, 사거리 300㎞일 때 4~5t 이상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탄두 중량을 500㎏ 이하로 줄이면 사거리가 20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가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하면 미국은 한반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고도 중국과 러시아 견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1979년 한미 합의로 설정됐다.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최대 사거리 180㎞, 탄두 중량 500㎏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하면서 미사일지침에 따른 제한은 사거리와 탄두 중량 상한선을 늘리는 방향으로 완화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두 차례의 개정이 이뤄졌다. 2017년 11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로 하되 탄두 중량 제한이 완전히 해제돼 사거리 800km, 탄두 중량 2t의 현무-4가 개발됐다. 지난해 7월에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해 고체연료 로켓 개발을 통한 독자 정찰위성 등 민간 우주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러 차례 개정에도 남아있던 사거리 제한은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미사일 지침 해제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도 숙원 사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