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이례적인 지적이 나왔다. 한 금통위원이 '전문가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가 매번 유사하게 나타나, 경제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작년 10월 금통위에서는 "전문가 대상 서베이(survey) 이외에 시장에서 형성된 기대 인플레이션을 포착하는 방법이 있냐"는 의견도 나왔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국민들의 주관적 전망이다. 국민들은 향후 물가가 어떻게 될 지를 토대로 투자와 소비 등을 결정하고, 이런 의사결정이 실제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이에 금통위는 기준금리 결정 때 기대 인플레이션을 추정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를 고려한다.
금통위는 2002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사한 데 이어 2009년부터 연구원·교수·금융기관 애널리스트 등 국내 경제 전문가에게 1년 뒤 물가를 설문하는 전문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도입했다.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이 미래보다는 현 시점의 물가 흐름과 비슷하게 나타나자, 전문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그런데 전문가 전망치도 물가 전망 예측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금통위에서 나온 것이다.
17일 조선비즈가 2023년 1분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9개 분기의 전문가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를 살펴보니, 절반은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0.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가령 2023년 4분기 전문가들은 1년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로 예상했다. 하지만 2024년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해 전망치와 1.5%포인트 차이가 났다.
또 한 금통위원이 의사록에서 지적한대로 전문가들이 전망치를 매번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으로 일률적으로 내놓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2024년 4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1년에 걸쳐 1년 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모두 2%라고 전망했다.
이에 금통위원들은 전문가 기대 인플레이션 대신 물가연동 국고채 금리 등을 참고 지표로 활용한다고 한다. 물가연동 국고채는 물가가 오를수록 이자 수익이 커지는 채권이다. 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면 수요가 확대된다. 미국은 물가연동 국고채와 일반 국고채 금리의 차이인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BEI) 지수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문가 기대 인플레이션은 주관적인 기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미래 물가를 정확히 예측했는지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해당 지표는 조사하는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심리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