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채권 등을 토큰으로 거래하는 조각 투자(토큰화)의 결제 수단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또는 시중은행 예금토큰이 우선 활용돼야 한다고 한국은행이 주장했다. 일반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성이 떨어지는 만큼, 엄격한 규제를 충족하는 은행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4일 발표한 '국내·외 자산 토큰화 현황 및 향후 정책 과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특히 제도권 금융자산을 토큰화할 때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나라가 신뢰성 측면에서 이러한 체제를 선호한다"고 했다.
토큰화는 조각 투자 일종으로, 자산의 법적 권리를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토큰에 담아 사고팔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토큰화 대상은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 자산을 비롯해 주식·채권 등 금융 자산까지 다양하다. 10억원짜리 부동산 소유권을 토큰 1만개로 쪼개 개당 10만원에 거래할 수 있다면 부동산을 토큰화했다고 표현한다. 토큰 1개를 구매한 보유자는 부동산에서 난 수익 0.01%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토큰화 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있다. 부동산 토큰 1개를 매수하려면 스테이블코인 70개를 지불하는 식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 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지니도록 설계됐다. 1스테이블코인이 1달러와 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필요하지만, 신뢰성 측면에서 일반 기업보다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취임사에서 "CBDC와 예금토큰의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토큰화 시장 규모는 지난 3월 503억7000만달러(약 75조16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연간 성장률이 작년 169%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월 기준 누적 투자 규모가 6400억원으로 추정됐다.
국내에서는 2019년 혁신 금융 서비스(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통해 음악 저작권과 부동산 조각 투자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이후 지난 2월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토큰 증권을 발행·유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