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5월 2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김을 고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한반도 해역 고수온 현상으로 올해 김의 채묘(농사로 치면 파종) 작업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채묘가 늦어지면 수확이 지연된다. 고수온 상태가 장기화하면 품질 좋은 김의 생산량이 감소한다. 국제적으로 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김플레이션’(김 가격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12일 “김 양식장에서 김의 종자를 김발(김이 붙어서 자라는 틀)에 붙이는 채묘 작업을 하는 시기가 고수온으로 인해 예년보다 보름 이상 늦어지고 있다”면서 “미역과 다시마도 20도 이하가 되어야 배양 관리한 종자를 이식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데, 그 시기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과원에 따르면 김은 수온이 영상 5~15도일 때 잘 자란다. 어가는 여름이 지나 해수온도가 22도 이하로 떨어지면 김 채묘를 시작한다. 채묘는 김의 사상체에서 방출되는 포자를 양식장에 세워둔 김발에 붙여서 발아하도록 하는 과정을 말한다. 미역과 다시마의 경우 18~20도 이하가 돼야 5월부터 배양한 종자의 가이식을 시작할 수 있다. 김 채묘와 미역·다시마의 가이식 시기가 미뤄지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져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는 장기적 시각에서 국내 해조류 양식의 불안요인으로 거론된다. 수과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2 해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이 5~15도 사이를 유지하는 기간은 1년에 150일 내외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고수온이 지속돼 2100년쯤에는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이 5~15도인 기간은 100일 미만으로 줄고, 해조류 양식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엔 중국과 일본에서 고수온 영향 등으로 김 생산량이 급감했고, 상대적으로 작황이 좋았던 국내산 김의 수요가 증가했다. 이러한 수요 쏠림은 국내산 김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됐다.

수협바다로플랫폼에 따르면 생물 김이 거래됐던 지난 4월 말 기준 물김 1kg당 단가는 2041원으로, 직전연도 4월 거래가(1014원)보다 2배 이상이 됐다.

마른김도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 KAMI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마른김 10장의 가격은 1419원으로 전년(1035원)과 비교해 37%, 평년(905원)과 비교해 57% 올랐다. 연초 900~1000원대였던 김 가격은 5~6월 들어 1200~1300원대를 기록했다가 8월 들어서는 1400원대를 돌파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조미김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동원 양반김 16개팩의 지난주 판매가격은 7730원으로, 전년 가격(5730원) 대비 34.9% 올랐다.

수과원 관계자는 “수출이 느는 상황에서 고수온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 김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남 장흥군 회진면 신상리 득량만 앞 바다 김 양식장 무산김 현장. 김발을 물밖으로 노출시키는 '김발뒤집기' 작업을 하고 있다. /조선DB

고수온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양식품목인 전복이나 우럭(조피볼락)의 폐사 우려도 나온다. 우럭과 전복의 한계 수온은 28도다. 한계수온은 양식어종이 폐사할 가능성이 큰 온도를 말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주 주요 연안의 수온은 26.6~29.4℃ 수준으로 조사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제주도와 전남 해역에서 고수온 현상과 함께 담수가 섞여 염분 염도가 낮은 ‘저염분수’가 대거 유입되면서 양식 수산물의 폐사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가들은 고수온 시기 양식장에 차광막을 쳐 해역 수온 상승을 막는다. 양식장 내 사육밀도를 낮추고, 먹이 주기를 중단하기도 한다. 수온이 높으면 물고기들이 먹이 활동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액화산소를 공급해 수온을 낮추고, 어장 내 산소 농도를 높이는 것도 폐사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해수부는 현재 평시 운영하던 ‘고수온 비상대책반’을 장관이 지휘하는 ‘비상대책본부’로 격상하는 등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한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국에서 김을 수입하는 등 국내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양식 어류 폐사를 막기 위해 어가에 액화산소를 지원하고, 사료와 함께 먹일 면역증강제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