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에 설치 된 수상 태양광 발전소 /뉴스1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가 31일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를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무리한 계획 수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발표한 10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추가로 더 늘리냐는 것이다.

전기본 총괄위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72GW(기가와트)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보급 목표 65.8GW에서 6.2GW를 늘렸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토대로 추산(기본보급경로)하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설치용량은 61.1GW에 불과하다. 기본보급경로보다 10.9GW를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원전 1기의 설비 용량이 1.4GW인 것을 감안하면 원전 8기를 새로 지어야 하는 설비용량이다.

일각에서는 작년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안을 반영해 과도하게 목표를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23GW 였던 한국은 COP28 합의안(3배 확대)에 따라 2030년까지 설비용량을 69GW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이러한 목표 수정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현실적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법·제도적 규제와 풍력발전 설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 10.9GW, 여의도 40배 면적 태양광 시설 필요

추가로 늘려야 할 신재생에너지 용량은 10.9GW에 달한다. 이는 2022년 기준 국내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의 설치용량(23GW)의 절반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때 급격히 늘린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절반 만큼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발전시설로 따지면 어느 정도 규모일까.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1000헥타르(ha)를 태양광 발전 시설로 가득 채우면 1GW급이 된다. 전남도가 해남군 산이면에 1082ha 규모로 짓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단지가 1GW급이다. 현재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단지인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98MW)의 10배 규모다. 10.9GW를 채우려면 이런 단지가 11개가 더 필요한 셈이다. 여의도 면적의 40배에 달하는 규모다.

풍력발전 시설로 치환하면 제주 한경면에 설치된 3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3600개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공간 확보는 물론, 수산인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괄위가 제시한 방안은 산단 태양광과 수상 태양광 시설 확대다. 정동욱 총괄위원장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으로 산단 태양광과 수상 태양광을 더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괄위는 이 외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조기 보강을 보조 방안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산단 태양광 확대를 최우선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 산단 태양광은 산업시설구역에 위치한 시설과 유휴부지를 태양광발전소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이 많이 필요한 산단에 태양광 시설을 확충해 송변선로 설치 등 전력계통 부담을 주지 않고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 부지에 설치하는 만큼 환경 규제 부담도 적고,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전기 판매 수입 등을 부수입으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산단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신규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공간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산단 유휴공간에 태양광 발전단지를 구축할 수도 있지만, 공간이 충분한지 살펴봐야 한다. 또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발생하는 눈부심과 소음, 전자파 등이 근로자의 근로 환경을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안전성 검증 절차도 밟아야 한다.

이런 우려들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들은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해 ‘이격거리 규제’를 두고 있다. 이격거리는 위험물이나 혐오시설 등이 주거시설·도로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도록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전력 시설의 이격거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제정한다.

산업부는 산단 태양광 시설 확대를 목표로 이격거리 규제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에 제격인 산단태양광 설치도 지자체의 이격거리 규제로 막히고 있는 게 지금 상황”이라며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한 지자체에 예산 분배 등 인센티브를 주려고 한다. 인센티브 효과가 적다면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정책 의지를 구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양 양수발전소 직원들이 하부 댐 수문 개폐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왼쪽) 양양 양수발전소 하부 댐 전경. 양양 양수발전소는 하부댐 수문을 이용해 양수발전을 하고 있다./조선DB

◇'ESS 추가 보강’ 강조한 산업부…천문학적 비용 감당해야 할 수도

신재생에너지 공급 보조 방안으로 ESS도 추가로 보강할 계획이다. ESS는 현재 목표량 대비 설치량이 부족한 상태다. 총괄위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안정적인 계통 운영을 위해 2038년까지 21.5GW의 장주기 ESS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전에 반영된 확정설비 용량(2.5GW)까지 합치면 ESS 소요량은 총 24GW까지 늘어난다.

현재 ESS는 크게 양수발전과 배터리발전(BESS)으로 운영 중이다. 양수발전은 전기가 남을 때 하부 댐의 물을 상부 댐으로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전기가 필요하면 하부 댐으로 물을 떨어트려 전기를 생산한다. 배터리발전은 배터리 자체에 에너지를 저장했다, 필요할 때 공급하는 방식이다. 평균 수명으로 보면 양수 발전이 50년, 배터리 발전이 15년 정도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양수발전 용량은 4.7GW, 배터리발전 용량은 0.97GW다. 건설 중인 양수발전 용량은 1.8GW, 2038년까지 확정된 양수발전 용량은 3.9GW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필요한 시점에 배터리 발전을 입찰하는 방식으로 목표 용량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지난 10차 전기본 관련 공청회에서 산업부는 ESS 설치에 2036년까지 45조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1GW의 양수발전기를 짓는 데는 1조5000억~2조원가량이 든다고 한다. ESS 설치 비용 외에 기반 시설 구축과 관리 비용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 ESS 등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계산해 볼 필요는 있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사실 몇 년 안에 신재생 에너지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은 주민 수용성·비용 등 문제가 해결되어야 가능한 희망적인 전망”이라며 “민관 합동 소통 과정과 예산 확보도 난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