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역 조건이 8개월째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스와 광산품을 중심으로 수입가격이 떨어지는 가운데,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7.24로, 1년 전보다 3.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6월(0.2% 증가)부터 시작된 증가세가 8개월째 지속됐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물가를 수입물가로 나눈 것으로, 수출품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뜻한다. 이 수치가 증가하면 우리나라가 해외에 물건을 팔아서 살 수 있는 상품의 양이 늘어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순상품교역지수에 수출물량지수를 곱해 산출하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무려 20.8% 증가했다. 상승 폭 기준으로는 2015년 9월(20.8%)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 지수는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교역조건이 개선된 것은 수출액은 늘고 수입액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128.20으로 1년 전보다 15.7% 증가했다. 반면 수입금액지수(151.72)는 7.9% 감소하면 1년 전보다 7.9% 줄었다.

가격조건을 배제한 수출입 물량지수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1년 전보다 17.1% 오른 126.08을 기록한 반면, 수입물량지수는 3.9% 내린 130.18로 집계됐다. 특히 수출물량지수의 증가 폭은 2021년 4월(22.8%) 이후 가장 컸다.

품목별로 보면 수출은 컴퓨터·전자·광학기기(금액 30.6%, 물량 26.9% 증가)를 중심으로 금액과 물량이 모두 증가했다. 수입은 석탄·석유제품과 기계·장비의 금액과 물량이 증가했으나 광산품과 화학제품이 10% 안팎으로 감소하면서 전체 지수가 하락했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광산품과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수입액이 감소했다”면서 “수출액은 정보통신(IT) 경기 회복으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 전환된 것이 영향을 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