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물가안정목표(2%)로의 진입이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급락했던 국제유가까지 상승세로 접어들면서 통화정책 피벗(pivot·전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최근 한국·미국·유로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1월 소비자물가(CPI)상승률은 3.1%로, 시장의 예상(2.9%)을 상회했다. 유로 지역은 지난해 11월 2.4%까지 낮아졌다가 올해 1월 2.8%로 반등했다.

우리나라의 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를 기록한 이후 올해 1월 2.8%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지난해 7월(2.4%)보다 높은 수준이며, 물가안정목표에 진입하지 못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배럴당 80달러(두바이유 기준)를 넘어선 국제유가가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는 2022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다가 지난해 7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전세계 물가를 끌어내렸다. 그러나 올해는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 상승률 둔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에너지가격 외 요인은 국가별로 다소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은 작년 말 이후 견조한 고용시장을 기반으로 근원서비스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집세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이를 제외한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폭도 확대됐다.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비교해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며 물가 상승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해 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에는 작황 부진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의 급등이 작용했다. 농축수산물의 물가 기여도는 3개월(8~10월)간 물가 상승률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한은은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방 리스크(위험)뿐 아니라 미국의 견조한 경기 및 노동시장 상황, 우리나라의 높은 농산물가격 수준과 누적된 비용 압력, 유럽지역의 높은 임금 오름세 등이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요국 물가 둔화 속도는 각국의 통화 긴축 피벗(기조 전환)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