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 붙어있는 파업관련 노조 현수막의 모습./뉴스1

삼성전자 노사가 쟁의 기간 중 제기된 고소·고발 등 각종 민형사 사건을 상호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사내에서는 양측이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는데도 경찰 수사가 이어지는 배경을 두고 '사측 개입' 등 각종 오해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취하 합의와 별개로 경찰 수사가 계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노사가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는데도 경찰이 수사를 지속하자 '회사가 합의 이후에도 수사에 관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오해가 확산하고 있다. 다만 경찰 수사는 고소 유지 여부가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의 성격에 따라 이어지는 절차라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성과급 조정안을 마련하면서 그간 갈등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고소·고발 등 민형사 사건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노조가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하고 파업을 유보한 상황에서 사측도 처벌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개인정보 무단 이용과 관련된 두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31일 특정 부서의 사내 단체 메신저방에서 수십 명 이상의 부서명, 성명, 사번, 그리고 조합 가입 여부가 기재된 명단 자료가 엑셀 형태로 공유된 사실을 확인했다. 노조가 조합 미가입자 명단을 작성·유포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이 일자, 회사는 지난달 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형사 고소장을 접수했다.

삼성전자는 또 한 직원이 사내 시스템 2곳을 통해 약 1시간 동안 2만회 이상 임직원 정보를 무단 조회한 사실을 확인했다. 수집한 정보를 사내 다른 직원에게 파일 형태로 전달한 사실을 파악한 뒤 지난달 16일 추가 고소에 진행했다.

경찰은 지난 8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서버를 압수수색한 뒤 정보 조회자를 특정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평택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원의 메신저와 이메일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측이 고소를 취하해도 해당 수사가 당장 중단되지는 않는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폭행, 협박, 명예훼손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조합법 위반 의혹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법은 2001년 3월 개정을 통해 부당노동행위 등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처벌을 반의사불벌죄에서 일반 범죄로 바꿨다. 조합원·비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이용하거나 쟁의행위 참가를 강요한 사실이 확인되면 노사 합의와 별도로 형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사측이 처벌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점은 향후 수사 진행이나 검찰 기소 여부, 법원 판단 과정에서 참작될 수 있다. 고소 취하가 곧바로 수사 종결을 뜻하지는 않지만, 당사자 간 합의 여부는 형사 절차에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노조 가입 여부가 민감정보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 가입 및 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정보 등을 민감정보로 분류하고 일반 개인정보보다 엄격한 처리 요건을 적용한다. 당사자 동의 없이 노조 가입 여부를 수집하거나 이용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노사 간 고소 취하 합의와 수사기관의 형사 절차는 구분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노사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취하할 수는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는 수사기관이 별도로 판단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개인정보를 직접 조회한 행위자뿐 아니라 정보 수집·이용을 지시하거나 전달받은 관련자가 있었는지도 확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