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 협상 결렬에 따른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힌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뉴스1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하면서 노사가 '적자 사업부 성과급 배분 방식'을 둘러싼 의견 차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2차 사후조정 협상을 중단했다. 지난 19일 오전부터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마라톤 회의를 벌였으나 최종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과반 노조를 차지한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와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고 이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상태라, 이번 2차 사후조정이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여겨졌다.

교섭 주체인 초기업 노조는 사후조정 종료 후 "예정대로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이번 사후조정에서 그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유지와 특별성과급 제도화 방향 등 주요 프레임에서는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판 핵심 쟁점인 재원 배분 비율에서 충돌하며 합의가 무산됐다.

양측은 성과급 재원의 구체적인 배분 비율을 두고 마지막까지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노조는 전체 성과급 재원의 70%를 전체 사업부에 공통 배분하고, 나머지 30%만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스마트폰 등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를 기록 중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급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초기업 노조 조합원 다수가 적자 사업부에 소속돼 있다는 점이 이러한 요구의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사측은 부문 공통 재원 비중을 40% 수준으로 낮추고, 사업부별 차등 지급 비중을 60%까지 높이는 방안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성과를 낸 사업부와 적자 사업부 간 차이가 지나치게 줄어들 경우, 삼성전자 특유의 성과주의 원칙과 신상필벌 기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진한 사업부에는 냉정한 평가를, 성과를 낸 사업부에는 확실한 보상을 주는 보상 체계를 유지해야 "적자를 내도 성과급을 받는다"는 인식을 막고 중장기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사측 판단이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 피플팀장,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최종회의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뉴스1

이번 사후조정은 사측이 중노위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결렬됐다. 삼성전자 노사 중재를 맡은 중노위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중노위는 노사에 조정안을 제시했다"며 "노측은 수락했고, 사측은 수락 여부에 대해 유보라고 말하며 서명하지 않아 2차 사후조정은 불성립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에서 사후조정이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주장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저희 회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런 갈등이 단순한 수치 조율이 아닌 내부의 구조적 이해관계가 충돌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는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직의 성과가 적자 사업부 지원 재원으로 활용된다는 불만과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노조 측 요구에 맞춰 제도를 손본다면 보상 구조가 하향 평준화돼 경쟁사인 SK하이닉스나 해외 반도체 기업으로의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는 구조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반면 노조는 전사적 보상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대표성과 파업에 대한 명분이 흔들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그간 주장하던 성과급의 제도화·투명화 측면에서는 중간 지점을 잘 찾았으나, 결국 보상의 세부 분배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다만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삼성전자 역시 "추가조정 또는 노조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마지막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되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