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전 세계에 길이 15초 안팎의 숏폼(short-form·짧은 영상) 콘텐츠 열풍을 주도한 틱톡이 자체 제작 예능·드라마로 길이 10분 이상의 롱폼(long form·긴 영상) 콘텐츠를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짧고 중독성이 강한 숏폼은 단기간에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조회 수를 폭발적으로 높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고정 팬층을 확보하려면 보다 호흡이 긴 영상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틱톡이 세계 1위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따라잡기 위해 롱폼 도입을 통한 플랫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틱톡은 이달 25일 축구를 주제로 한 한국 예능 '티키티키 타카타카 토크토크쇼(이하 티키타카쇼)'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티키타카쇼'는 축구를 주제로 펼치는 배틀형 토크 예능으로,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안정환과 방송인 딘딘, 개그우먼 이은지가 MC로 참여합니다. 틱톡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로, 총 12회로 구성됐습니다. 회당 길이는 약 45분으로, 지상파 예능에 맞먹는 분량입니다. 일반적인 틱톡 영상 길이가 15~60초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분량입니다.

오는 6월 11일 개막하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 맞춰 제작한 '티키타카쇼'는 틱톡 내 축구 관련 콘텐츠의 조회 수와 팬 참여도를 높이는 동시에 틱톡의 국내 롱폼 콘텐츠 확장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됩니다.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축구 이슈부터 월드컵 우승 예측 등의 주제를 다뤄 축구를 팬들의 해석과 취향, 응원 문화가 어우러지는 참여형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키운다는 구상입니다. 앞서 틱톡은 올해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5000만달러(약 76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스포츠는 뉴스·엔터테인먼트와 더불어 주요 투자 분야에 포함됐습니다.

틱톡이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축구 예능 '티키타카쇼'를 이달 25일 공개한다. 안정환, 딘딘, 이은지가 메인 MC로 참여한다./틱톡코리아 제공

이번 시도는 틱톡이 영상 중심 앱에서 콘텐츠·커머스·광고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틱톡이 이용자의 앱 내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쇼핑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튜브처럼 롱폼과 숏폼을 동시에 키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틱톡이 한국에서 자체 제작한 시리즈 형태의 롱폼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2022년부터 10분에서 1시간 분량의 롱폼 콘텐츠 제작 시도를 지속해 왔습니다.

틱톡이 롱폼 콘텐츠를 키우려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입니다. 숏폼은 콘텐츠의 화제성과 확산력 측면에서는 뛰어나지만, 광고를 끼워 넣을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입니다. 유튜브 영상의 경우 중간 광고, 브랜드 협찬, 상품 간접 광고(PPL), 상품 소개, 제휴 마케팅 등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붙이기 쉬워 수익화에 유리합니다. 이에 틱톡도 2021년을 기점으로 최대 영상 길이를 3분·5분·10분·15분·30분 등으로 순차적으로 늘려왔고, 최근에는 일부 크리에이터나 사전 제작 영상에 한해 최대 60분짜리 영상 게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틱톡 내 콘텐츠 유형도 유튜브와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원래 틱톡은 짧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과 댄스 영상 중심의 플랫폼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인터뷰, 브이로그, 교육 콘텐츠, 팟캐스트 영상, 여행 리뷰 등 유튜브식 콘텐츠가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유튜브는 '쇼츠(Shorts)'를 통해 숏폼 시장 입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양사 모두 수익성과 중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서로가 강점을 지닌 숏폼과 롱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모습입니다.

틱톡에서 활동하는 인기 인플루언서(크리에이터) 육성 측면에서도 롱폼이 중요합니다. 짧은 영상은 바이럴(입소문) 의존도가 높은 데다, 콘텐츠 수명이 짧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고정 팬층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숏폼은 이용자를 초기에 끌어들이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이들을 오래 머물게 하려면 보다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서사) 중심의 롱폼 콘텐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질의 롱폼 콘텐츠는 구독 기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도 단순히 조회수가 높은 짧은 영상을 쏟아내는 크리에이터보다는 이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롱폼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를 선호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는 틱톡이 주력하고 있는 커머스 전략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틱톡은 자사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틱톡샵'에 이어 최근 여행 예약 서비스 '틱톡 GO'를 출시하며 검색부터 쇼핑, 예약까지 모든 업무를 앱 내에서 해결하는 종합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제품 리뷰나 여행지 추천 등은 숏폼보다 롱폼 콘텐츠가 적합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다만 아직 틱톡의 롱폼 실험이 크게 성공한 사례는 없어 한국에서의 예능 도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티키타카쇼'의 흥행 여부에 따라 틱톡의 롱폼 콘텐츠 확장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틱톡은 최근 몇 년간 한국 시장 투자를 확대했고, 그 결과 이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틱톡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951만명으로, 1년 전(741만명)과 비교해 28.3% 늘었습니다. 틱톡의 경량화 버전인 틱톡 라이트도 '앱테크'(앱+재테크)로 불리는 보상형 모델에 힘입어 지난달 월간 사용자가 642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사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했습니다.

윤철 틱톡코리아 뉴스·스포츠 총괄은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롱폼 오리지널 콘텐츠 '티키타카쇼'를 시작으로 플랫폼 안에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