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이동통신 3사 계열 알뜰폰 자회사들이 네이버페이·쿠팡캐시·상품권 등 현금성 혜택을 앞세워 '체감 0원' 요금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요금제 정가는 유지하되 사은품을 붙여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액을 0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알뜰폰 시장의 공정 경쟁을 위해 이통사 계열 자회사의 도매대가 이하 상품 출시를 제한해 왔지만, 업계에서는 현금성 혜택을 활용한 우회 경쟁이 규제 취지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요금제 정가는 그대로… N페이·쿠팡캐시·상품권으로 '체감 0원'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유모바일은 이달 24일까지 '5월 한정, 요금은 그대로 데이터는 10GB 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 코드 '운수좋은날'을 입력하고 프로모션 대상 요금제를 개통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9만원을 6개월간 매월 1만5000원씩 받을 수 있다. 또한 데이터 10기가바이트(GB) 추가 혜택도 붙는다.

유모바일 홈페이지에 표시된 월 납부액을 기준으로 보면 이벤트 대상 6개 요금제는 모두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반영할 경우 체감가가 0원 이하로 떨어진다. LTE 10GB·100분과 5G 10GB·200분은 월 9900원, 5G 10GB·통화기본은 월 1만2500원, 5G 15GB·200분은 월 1만3900원, 5G 15GB·300분은 월 1만4400원인데 매월 1만5000원 상당의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지급된다. 월 1만6900원인 5G 15GB+·300분도 매월 2만원 상당의 포인트가 지급돼, 소비자가 받는 혜택이 통신요금보다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요금제'에 가까운 효과가 난다.

KT 계열 알뜰폰 자회사 KT엠모바일도 이달 31일까지 '쿠팡 할수록 내려가는 통신비'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월 1만8500원 7GB+ 요금제(데이터 혜택 적용 시 최대 22GB 제공)에, 매월 제휴 혜택인 쿠팡캐시 5000원을 지급하고, M쇼핑할인(KT엠모바일 고객 대상 쇼핑 적립·요금할인 서비스)을 경유해 쿠팡에서 쇼핑 시, 구매 금액의 1.8%를 적립하여 통신비를 최대 2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KT엠모바일은 해당 요금제를 '쿠팡 쓸수록 월 체감가 0원'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SK텔레콤 계열 SK텔링크 세븐모바일도 최근 비슷한 상품권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LTE 유심 10GB+·1000분 요금제는 월 1만8900원, 8GB+·1000분 요금제는 월 1만6900원, 6GB+·1000분 요금제는 월 1만5400원으로 책정하면서도 '월 체감 0원'이라고 안내했다. 12개월 동안 매월 1만원 상당의 올리브영 상품권을 지급하고, 갤럭시·아이폰 자급제 가입자에게는 5개월 동안 매월 1만원 상품권을 추가 제공하는 구조다. 10GB 요금제 기준 첫 5개월은 월 납부액보다 혜택 규모가 더 컸다.

업계 안팎에선 이런 방식이 도매대가 이하 판매 제한을 우회해서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사 망을 빌려 쓰는 대가로 내는 비용이다. 이통사 자회사가 도매대가보다 낮은 가격에 요금제를 판매하면 같은 망을 빌려 쓰는 중소 알뜰폰 업체는 가격 경쟁을 버티기 어렵다. 정부가 이통사 자회사에 별도 등록조건을 붙여 도매대가 이하 상품 출시를 제한해 온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제 정가를 도매대가보다 높게 유지하면서 현금성 사은품을 붙이면 도매대가 이하 판매 논란은 피하면서 소비자에게는 사실상 0원 요금제처럼 보일 수 있다"며 "규제의 형식은 피했지만 제도의 취지는 약화될 수 있다"고 했다.

◇ 중소 알뜰폰 업체도 10원 요금제 맞불… "실익 없는 경쟁"

대기업 자회사발 초저가 경쟁은 중소 알뜰폰 업체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아이즈모바일, 티플러스, 핀다이렉트 등 중소 업체들도 가입자 방어를 위해 5개월 이상 월 10원 수준의 파격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도매대가와 전파사용료, 고객센터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실익이 거의 없는 경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알뜰폰 시장은 원래 이동통신 3사 중심의 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통사 계열 자회사가 현금성 혜택을 앞세워 가입자를 흡수하면 중소 사업자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자본력이 큰 대기업 계열사는 일정 기간 손실을 감수하며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 업체는 같은 방식의 장기 프로모션을 지속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현행 도매대가 이하 판매 제한이 요금제 명목 가격만 보는 방식으로 운용될 경우, 현금성 혜택을 통한 우회 경쟁을 막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알뜰폰 시장의 가격 경쟁이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는 측면은 있지만, 대기업 계열사의 보조금성 프로모션이 장기화하면 중소 사업자 퇴출과 시장 집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중소 사업자는 0원 요금제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며 "이통사 자회사가 사은품을 앞세워 가입자를 끌어가면 중소 사업자도 손해를 감수하고 맞불 프로모션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