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필수 인력은 전체 직원 대비 소수라 파업 시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하다."
법원이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안전보호시설과 보안 작업 유지 의무를 폭넓게 인정하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런 평가가 나왔다. 반도체 생산라인의 안전·보안 기능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실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 우려는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수원지방법원은 18일 삼성전자가 과반 노조를 차지한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와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을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6일 공동투쟁본부를 꾸리고 총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두 노조의 불법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법원은 방재·배기·배수 등 삼성전자가 안전보호시설로 주장한 시설들이 모두 노동조합법상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해당 시설을 평상시와 같은 수준의 인력·가동 시간·가동 규모 등으로 유지·운영해야 한다.
법원은 또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의 변질 방지 작업 등 삼성전자가 제시한 업무도 보안 작업에 해당한다고 봤다. 작업 시설 손상이나 원료·제품 변질을 막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평상시와 같은 수준으로 수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와 함께 초기업 노조에 '생산 시설 점거 금지' 명령도 내렸다. 노동조합법 42조 1항의 취지와 해석상 삼성전자가 주장한 시설 전체를 점거 금지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초기업 노조는 이에 따라 시설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거나, 잠금장치를 설치하거나,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는 노조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의 출입이나 생산 활동을 물리적으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규모가 많고,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실질적인 사업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파업으로 인한 실제 생산 차질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거나, 파업 중에도 생산이 반드시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원은 이런 금지 행위를 위반할 경우 각 노조는 하루 1억원씩, 노조 간부들은 하루 1000만원씩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반도체 생산 라인의 안전·보안 관련 핵심 기능이 중단되는 상황은 피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원이 안전보호시설과 보안 작업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인정하면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최소한의 생산 기반과 설비 보호 체계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다만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측은 재판 과정에서 파업 중에도 유지돼야 하는 안전보호시설·보안 작업 관련 인력을 산정해 법원에 제출했다. 이 규모가 전체 직원의 5~7%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삼성전자 신청을 전면 인용이 아닌 일부 인용으로 판단한 만큼, 파업 제한 범위가 사측이 요구한 수준보다는 좁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법원은 전삼노에 대해서는 생산 시설 점거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별도 금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조합원에 대한 협박이나 파업 참가 호소 금지 신청도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기각했다.
반도체 공정은 설비와 공정이 연속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안전·보안 인력이 유지되더라도 생산·품질·출하 전반에서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웨이퍼 투입부터 가공·검사·패키징까지 이어지는 제조 특성상 일부 공정만 멈춰도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가 일정 부분 제한됐지만, 파업 강행 시 생산 차질과 고객사 대응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내부 상황에 밝은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가처분 결정으로 최악의 사고 발생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필수 유지 인력만으로 정상 생산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파업 참여 규모가 커질 경우 손실 위험은 계속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