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부 탄 인텔 CEO./연합뉴스

인텔과 AMD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배경으로 꼽히는 '에이전틱 AI'가 그동안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중앙처리장치(CPU)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인텔은 올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20% 이상 급등했고, AMD도 서버 CPU 수요 재평가 흐름을 타고 10%대 동반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에이전틱 AI 서비스 구현을 위해서는 일반 서버보다 더 많은 용량과 속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AI가 촉발한 메모리 수요에 이어 추가적인 수요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AI가 '말하는 단계'에서 '일하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메모리 수퍼 사이클도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셈입니다.

◇ AI 인프라 시장의 새 엔진으로 부각된 AI 에이전틱

에이전틱 AI는 쉽게 말해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AI'를 말합니다. 기존 생성형 AI가 질문을 받으면 답변을 만들어주는 데 그쳤다면,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한 뒤 일을 여러 단계로 쪼개고, 필요한 자료를 찾고, 외부 프로그램을 호출하고, 결과를 검토한 뒤 다음 행동까지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기존 AI는 '출장 계획을 짜달라'고 하면 일정표 문안을 작성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에이전틱 AI는 항공편을 검색하고, 호텔 후보를 비교하고, 회사 출장 규정을 확인하고, 캘린더 일정을 조정하고, 승인 요청 메일까지 준비하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AI가 '대답하는 도구'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변화가 CPU 수요를 키우고 있습니다. AI 모델 학습 단계에서는 GPU가 주인공이지만, 에이전틱 AI가 실제 서비스로 들어가면 CPU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집니다. 사용자 요청에 따라 문서를 검색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고, 보안 권한을 확인하고,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호출하고, 여러 작업을 순서대로 배분하는 등의 과정은 통상적으로 CPU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GPU가 AI의 연산 엔진이라면, CPU는 각 작업을 나누고 연결하는 현장 관리자에 가깝습니다.

◇ 숫자로 증명된 파급 효과… 메모리 초호황에도 호재

AMD의 CPU 이미지./로이터연합뉴스

AI 에이전틱의 수요는 올 1분기 인텔과 AMD의 실적에서 숫자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AMD는 올해 1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58억달러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으며, 이 성장에 에픽 서버 프로세서 수요가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텔도 올 1분기 데이터센터·AI 부문 매출이 51억달러로 전년 대비 22% 늘었습니다. AI 투자가 GPU 구매에만 머물지 않고 CPU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전체 인프라 투자로 확산되고 있는 셈입니다.

메모리 수요도 같은 이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에이전틱 AI의 핵심은 여러 번 추론하고, 중간 결과를 저장하고, 이전 대화와 문서를 기억하고, 검색 결과와 업무 데이터를 계속 참조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버 D램은 AI의 작업 공간이 되기 때문에 고용량 D램과 낸드플래시가 소요됩니다. 단순히 모델을 돌리는 데 필요한 메모리뿐 아니라 세션 상태, 벡터DB, 검색 인덱스, 문서 캐시, 작업 기록을 담는 메모리 수요가 함께 커집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메모리 초호황의 1차 발동 요인이었다면, 에이전틱 AI는 초호황을 DDR5·서버 D램까지 확장·연장시키는 2차 발동 요인으로 이미 작용하고 있다"며 "CPU가 AI 서비스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서는 D램, 낸드 등 첨단 메모리뿐 아니라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메모리 인프라도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