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내 '구글 클라우드 TPU'로 구성된 팟(pod)./구글 클라우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미국 5대 빅테크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CAPEX)가 전년 대비 최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공지능(AI) 인프라에 필수적인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때 제기됐던 인공지능(AI) 버블론을 불식시킨 셈이다.

빅테크들의 투자 계획이 숫자로 가시화하면서 반도체, 특히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메모리 확보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최첨단 D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을 공급받기 위해 이례적인 장기공급계약(LTA)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올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구글, MS, 아마존, 메타, 오라클의 설비투자액을 합산하면 전년보다 1.5~2배 이상 커진 7750억달러(한화 약 112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존 월가와 투자은행의 전망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도체 가격을 반영한 수치로 추정된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는 대부분 AI 학습·추론 인프라 확충과 연결된다. AI 서버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자체 맞춤형반도체(ASIC)가 들어가고, 여기에 HBM이 붙는 구조다. 해당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하든, 맞춤형 AI 반도체를 사용하든 메모리 수요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아마존 트레이니엄(Trainium), MS의 AI 서버, 메타의 자체 AI 인프라, 오라클 OCI 모두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일부 낮출 수는 있어도 HBM 수요 자체를 줄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AI 투자가 HBM만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GPU 서버뿐 아니라 일반 CPU 서버, 추론 서버, 스토리지 서버도 함께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북미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최근 들어 AI 추론 배치를 가속하면서 AI 서버와 범용 서버 수요가 함께 늘고, 고용량 D램이 주요 조달 대상이 됐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에 정통한 관계자는 "빅테크의 연간 메모리 조달 계획이 명확해지면서 장기공급계약(LTA)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에는 AI 인프라 설비 투자 계획에 신중했던 주요 고객사들이 중장기적인 대규모 투자 계획이 확실한 플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역시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학습 데이터, 모델 체크포인트, 추론 로그, 캐시, 백업 데이터를 대규모로 저장하는데, 이 때문에 엔터프라이즈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모두 고적층 낸드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AI와 범용 서버 수요로 기업용 SSD가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했고, 2026년에는 의미 있는 증설이 어려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이 장기계약을 통해 공급을 확보하려 한다"고 전했다. AI·범용 서버 수요가 출하를 끌어올리고, 심각한 SSD 부족이 지속적인 계약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