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삼성전자 제공

범용 D램 가격 상승세가 올 2분기에도 예상보다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에 폭등한 이후 2분기부터는 서서히 수요가 완만해질 것이라던 시장조사업체들의 관측과 달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몰려드는 전 세계의 D램 공급 요청은 늘고 있다. 다만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할당된 D램 생산능력 때문에 범용 D램 비중을 다시 늘리기는 어려워 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당초 올 1분기 범용 D램 가격 상승률을 55~60%로 봤지만 이후 90~95%로 올려 잡았다. 기존 전망보다 상승률이 35%포인트(P)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2분기 58~63% 추가 상승 전망까지 반영하면, 1분기 급등 후 진정이 아니라 2분기까지 가격 레벨이 한 단계 더 올라가는 흐름으로 바뀐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HBM 전용'으로 고정된 D램 물량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범용 D램 수요에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세계 D램 물량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두 회사의 절대적인 범용 D램 물량이 줄면서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보다 상대적으로 생산 프로세스가 단순한 D램의 이익률이 4~5배 상회하는 상황도 초래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깜짝 실적'도 HBM보다 D램 비중이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HBM이 전체 D램 생산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HBM 전환은 전통적인 제품 믹스 변화보다 공급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며 "HBM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더 많은 D램을 소모하고 공정 리드타임도 더 길어진다. 범용 D램처럼 탄력적으로 대응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앞서 마이크론은 HBM 생산이 DDR5 대비 약 3배의 D램 생산능력을 사용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트렌드포스는 PC용 D램 수요 전망이 하향 조정됐음에도 공급사들이 PC 제조사와 모듈 업체 대상 출하를 줄이면서 배정 물량이 부족한 업체들이 더 높은 가격에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용 D램도 올 2분기 45~50% 추가 상승 전망이 나왔다. DDR4 4Gb 평균 가격은 3월 한 달 동안 20% 이상 올랐고, DDR3·DDR2 가격도 같은 달 20~40% 상승했다.

당장 범용 D램 가격이 급등한다고 해서 HBM 비중을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6세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두고 경쟁 중이기 때문에 엔비디아, 브로드컴, 오픈AI 등 주요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범용 D램보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HBM 쏠림'에 따른 단기적 수익 손실을 감수하고 HBM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급 병목이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D램 업체들이 범용 제품 출하를 늘리려면 생산라인을 다시 조정해야 하지만, HBM은 고객사 인증과 패키징·후공정까지 맞물려 있어 단기간에 물량을 돌리기가 어렵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D램 업체들이 가격이 올라서 좋다기보다, 팔 수 있는 물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객사 입장에서는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품 출시 일정까지 흔들릴 수 있어 가격 협상력이 공급사 쪽으로 강하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D램 가격 급등은 PC·스마트폰·서버 업체의 원가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보급형 스마트폰과 저가형 PC는 메모리 원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가격 인상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서버 업체들도 AI 서버에 들어가는 HBM뿐 아니라 일반 서버용 DDR5와 고용량 모듈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메모리 전반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