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와 샘 올트먼 CEO를 상대로 제기한 1340억달러(198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재판이 2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서 막을 올립니다. 이번 재판은 세계 최대 부호인 머스크와 챗GPT로 생성형 AI 시대를 연 올트먼 CEO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오픈AI의 자금 유치와 기업공개(IPO)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시장과 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머스크와 올트먼이 최종 판결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여온 데다, 재판을 앞두고 실리콘밸리 고위급 인사들이 주고받은 문자·이메일 등 민망한 자료들이 공개되면서 양측의 최종 변론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27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두 테크 거물이 맞붙는 '세기의 소송'은 이번주 배심원 선정과 함께 본격적인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번 재판은 올트먼이 오픈AI를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 단체'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재판은 수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머스크와 올트먼을 포함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오픈AI 출신 미라 무라티 싱킹머신스랩 창업자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머스크는 지난 2024년 올트먼이 '오픈AI를 비영리 단체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며 134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오픈AI를 비영리 조직으로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4400만달러(약 647억원) 이상의 초기 투자금을 지원했는데, 올트먼과 그렉 브록먼 오픈AI 사장이 자신을 속여 영리 조직으로 전환했다며 두 사람의 해임도 요구했습니다.
원래 머스크와 올트먼은 '인류의 발전을 위한 AI 개발'이라는 공통된 목표 하에 2015년 비영리 단체인 오픈AI를 공동 설립했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습니다. 과거 올트먼은 한 행사에서 "머스크를 영웅처럼 여기며 자랐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은 2017년부터 회사 성장 방향을 두고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트먼을 비롯한 오픈AI 경영진은 강력한 AI를 개발하려면 최소 수십억달러를 투입해야 하는데, 순수 비영리 단체로는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오픈AI는 2017년 초 외부 투자를 쉽게 유치할 수 있도록 비영리 조직이 감독하는 영리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머스크는 오픈AI를 테슬라와 흡수 합병하는 방안을 원했습니다. 오픈AI에 따르면 머스크는 "테슬라와의 합병이나 과반 지분, 초기 이사회 통제권, CEO 자리"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올트먼이 테슬라와의 합병 제안을 거절하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틀어졌고, 머스크는 2018년 초 오픈AI 이사회에서 사임하고 투자 지분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재정 지원도 끊었습니다. 이듬해 올트먼은 오픈AI CEO 자리에 올랐고, 회사를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공익법인(PBC)으로 전환한 뒤 MS로부터 130억달러(약 19조원)를 유치했습니다.
머스크는 오픈AI가 2022년 선보인 챗GPT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이후 오픈AI의 경영 방침을 더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고, 2023년에는 7월에는 경쟁사인 xAI를 설립했고, 이달에는 AI 스타트업 커서를 600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배신당했다"며 "오픈AI가 인류의 이익을 위한 비영리 인공지능(AI) 연구소로서 개방형(오픈소스) AI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창립 서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지난해 2월에는 오픈AI를 974억달러(약 135조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는데, 당시 오픈AI 이사회는 이를 만장일치로 거부했습니다.
이후 두 테크 거물은 지난 2년간 소셜미디어(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여왔습니다. 올트먼은 머스크의 소송에 대해 "근거 없는 괴롭힘"이라고 반박했고 한 팟캐스트에서는 머스크를 "재수 없다"고 표현했습니다. 머스크는 올트먼에 대해 "숨 쉬듯이 거짓말을 하는 사기꾼"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세기의 소송이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양측이 법원에 제출한 실리콘밸리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평가, 주고받은 문자·이메일, 일기 등 사적인 자료가 공개됐는데, 각종 폭로전이 오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오픈AI 측은 머스크의 오랜 최측근이자 아이 4명을 출산한 시본 질리스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오픈AI 고문을 맡으며 내부 정보를 머스크에게 알려주는 '이중 첩자'로 활동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질리스가 머스크에 보낸 문자에는 "오픈AI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정보를 계속 흘릴까요, 아니면 거리를 둘까요"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 머스크와 올트먼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머스크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를 "약간 멍청하다"고 평가하며 MS와 협력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법원이 머스크의 손을 들어줄 경우 오픈AI는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입고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돌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머스크는 승소할 경우 오픈AI를 비영리 단체로 되돌려 놓은 뒤 자선 재단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소송 결과와 별개로 머스크의 공격적인 법적 공세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AI 시장에서 상장을 준비 중인 오픈AI의 사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예측 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머스크의 승소 가능성은 32%로 집계돼 현 시점에서는 패소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지만, 앞으로 한 달간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바뀔 것으로 전망됩니다. 앤드루 스톨만 기업분쟁 변호사는 워싱턴포스트에 "불꽃 튀는 공방이 예상된다"며 "상황이 혼란스럽고 추잡하게 흘러갈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