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도심 재생 지역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는 집에서 5분 내 접근 가능한 '소규모 녹지' 조성이다. 한국이 고령사회로 접어들며 중요해진 것은 조경의 미학이 아니라 녹지와 일상적인 접촉 빈도다."

김승겸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AI미래학과 교수는 "대형 공원 하나보다 소규모 공원 40개가 시민 삶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생활권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규모 녹지를 촘촘히 배치하는 것이 도시 환경과 시민 건강에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 적응(Climate Change Adaptation)' 분야 전문가이자, 세계 여러 도시의 도시 재생 경험을 생생히 담은 책 '도시의 미래' 저자다.

기후변화와 초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도시 재생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도시 재생이 노후 건축물 정비와 물리적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기후 취약 계층이 기후 위험에 대응하고 도시 회복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 교수는 특히 "달라지는 기후에 적응하려면, 앞으로는 도시가 얼마나 물을 흡수하고 열을 완화할 수 있는지 같은 환경 성능도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며 "건물이나 개발 사업 시 빗물을 저장하거나 침수를 줄이는 빗물 저류 기능을 확보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옥상 녹화를 통해 도시 열섬을 줄이도록 유도하거나, 수공간 같은 블루 인프라를 확보하면 개발 부담금을 일부 감면하는 방식이 있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승겸 - 한국과학기술원 AI미래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대 도시계획·부동산학 석·박사, 홍콩대 도시 2050 연구클러스터 박사후연구원, 하버드대 로스쿨·디자인스쿨 펠로우, 전 국토교통부 사무관 /사진 김승겸

도시 녹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나.

"녹지는 규모보다 접근성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도시 한쪽에 40㏊(약 40만㎡·경복궁, 호주 시드니공원 면적) 규모의 대형 공원이 있다고 해도 집에서 10㎞ 떨어져 있다면일상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반면 1㏊(약 1만㎡) 정도의 작은 공원이 생활권에 여러 개 분산돼 있다면 시민이 훨씬 자주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40㏊ 공원 하나보다 1㏊ 공원 40개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도시 재생 전략도 대규모 공원 조성보다 생활권 녹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방식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시대 도시 재생 정책은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지금까지 도시 규제는 용적률 같은 밀도 규제 중심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도시가 얼마나 물을 저장하고 열을 완화할 수 있는지 같은 환경 성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빗물 저류 시설을 설치하거나 옥상 녹화를 도입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또 수공간 같은 블루 인프라를 확보하면 개발 부담금을 일부 감면하는 정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도시 재생 목표도 '얼마나 많이 지었느냐'가 아니라 '도시가 위험을 얼마나 흡수하고 빠르게 회복할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국·중국·두바이 등 다양한 나라 도시를 연구했는데, 한국 도시 재생의 가장 독특한 제도적·사회적 특성은 무엇인가.

"한국 도시 재생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 구조에서 나타난다. 중앙정부 주도 구조가 강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도시 재생 정책은 중앙정부가 사업 방향과 재정 지원 구조를 상당 부분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 토지 소유가 매우 분산돼 있다. 구도심 지역에는 작은 필지 단위의 개인 소유가 많으므로 점진적인 재생을 추진하려면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의 자산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주택과 토지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에개발이 추진될 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한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한국의 도시 변화는 실제로 두 가지 모델 사이에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하나는 전면 철거와 고밀 아파트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재개발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도시 구조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도시 재생 모델이다. 정책적으로는 도시 재생이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와 개발 압력 때문에 재개발 모델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녹지는 규모보다 접근성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도시 한쪽에 40㏊(약 40만㎡· 경복궁, 호주 시드니공원 면적) 규모의 대형 공원이 있다고 해도 집에서 10㎞ 떨어져 있다면 일상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반면 1㏊(약 1만㎡) 정도의 작은 공원이 생활권에 여러 개 분산돼 있다면 시민이 훨씬 자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은 고밀·고속 성장 경험과 강한 부동산 자산화 경향이 상존하는 사회다. 이러한 특성이 기후 적응형 도시 재생에 어떤 제약 또는 기회를 제공하나.

"고밀 도시 구조와 강한 부동산 자산화 경향이 상존하는 사회적 특성은 기후 적응형 도시 재생에 있어서 두 가지 큰 영향을 준다. 먼저 제약 부분이 있다. 부동산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후 위험 정보를 공개하거나 개발을 제한하는 정책에 저항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기회도 있다. 한국은 부동산 시장과 도시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른 사회다. 그래서 일단 시장이 기후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도시 공간 변화도 매우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침수 위험, 폭염 노출, 에너지 비용 같은 요소가 부동산 가치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녹지 인프라, 냉각 도시 설계, 에너지 효율 개선 같은 기후 적응 투자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기후 위험에 대한 '인식'이 정책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

"위험은 객관적인 수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이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정책 수용성과 시장 반응을 좌우한다. 예를 들어 같은 침수 가능 지역이어도 고령자는 이를 생존과 건강 문제로 인식하고, 주택을 가진 주민은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으로, 청년층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지의 문제로 생각한다. 도시 재생 정책이 이런 인식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 설계와 주민 체감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위성 데이터로 열섬, 침수 위험, 녹지 접근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런 기후 리스크가 실제로 자산 가격이나 지역 가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면 도시 재생 목표를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도시가 기후 위험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는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고, 어떤 인프라나 환경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한지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한국의 도시 재생은 ESG 기준을 제도적으로 내재화하고 있을까.

"현재 한국의 도시 재생 정책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가 일부 반영되고는 있지만, 아직 정량 지표를 기반으로 의무화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ESG 가운데 S, 즉 사회적 형평성 지표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앞으로는 도시 재생 사업에서도 기후 리스크 공시, 사회적 혼합 비율, 건물 에너지 효율 기준 같은 ESG 지표를 사업 승인이나 평가 과정에 더 명확하게 포함할 필요가 있다."

도시 재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라고 보나.

"도시 재생은 단순한 건설 사업이 아니다. 앞으로는 재난 이후 도시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의 도시 재생은 결국 도시가 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과정이라고 생각한다."